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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사태악화 대비를/엄봉성·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전문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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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사태악화 대비를/엄봉성·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전문가진단)

입력
1998.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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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태국 등 상황 급박/밖으로 투자손실 줄이고 안으로 구조조정 앞당겨 외환위기 파급 막아야지난해 우리보다 몇달 먼저 외환위기가 발발하여 IMF금융지원을 받았던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올들어 다시 외환위기에 휩쓸리고 있다. 이번 위기는 기본적으로 경제운영에 관한 IMF와의 당초 약속을 깨뜨림으로써 대외신인도가 더욱 실추되어 발생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번에 발표된 예산안이 충분히 긴축적으로 편성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하르토 정부의 개혁의지에 관한 의구심이 급속히 확산되어 모라토리엄(대외지급중지)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의 진원지인 태국은 지난해 11월에 교체된 새 총리하에서 50여개 금융기관을 영업정지시키는 등으로 국제적 신뢰를 상당히 회복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지속하고 재정흑자 등 IMF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판명되자 다시 환율이 급상승하고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동남아 위기가 모라토리엄으로까지 악화된다면 그 파장이 주변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세계경제에까지 커다란 충격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만 해도 이 두 나라에 대한 금융기관과 기업의 대출 및 투자가 120억달러를 넘고 수출도 60억달러나 된다. 게다가 이들의 위기로 인해 서방의 은행과 투자가들이 더욱 몸을 사릴 경우 겨우 한 고비를 넘기고 있는 우리의 외환위기가 재차 악화될 소지도 있다.

동남아지역에 엄청난 투자와 대출, 그리고 수출을 하고 있는 일본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도 장기불황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로 깊은 수렁에 빠져있는 일본경제가 이같은 타격을 받으면 그 동안 우려하던 일본의 외환·금융위기가 현실로 나타나서, 세계경제 전체를 혼란과 공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위기감때문인지 미국과 IMF가 현지로 긴급대책반을 급파하고 조기 금융지원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으로 이번 위기가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정부와 IMF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해외의 민간투자가와 금융기관의 신뢰를 회복시켜 외자가 스스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투자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100가지의 말보다 한 가지의 행동이 더욱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는 구조개혁의 구호는 거창했지만 기득권층의 로비에 의해 부실금융기관 정리가 지지부진한데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예산긴축을 실천하지 못하여 대외신뢰를 하루 아침에 잃어버리고 국민을 더욱 극심한 고통 속으로 빠뜨리게 된 것이다.

이번 동남아 사태의 악화에 대비하여 우리는 이들과의 무역, 투자 등에서 야기될 직접적인 손실이 최소화하도록 힘써야 함은 물론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로부터 우리의 외환위기가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훈을 얻어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외국 투자가들은 이미 100가지 이상의 말은 들었으나 정작 그런 조치들이 언제 어떻게 실행될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금융 기업 정부 노동부문을 포괄하는 종합적 구조조정 실행계획(action program)을 구체적 실천시기를 명시하여 발표하는 것이다. 특히, 각 부문에서 한가지 정도의 핵심적 사안에 관해선 최대한 이른 시일에 가시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부실은행의 정리, 기업 인수·합병의 원활화, 대기업의 상호지급보증 철폐와 경영의 투명성 제고, 대규모 정부사업의 축소와 정부조직개편, 정리해고의 조기시행 등이다.

이런 사안들은 물론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이젠 국제적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으므로 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실제 조치가 단시일내에 가시화되어야만 우리의 외환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는 점을 확고히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도네시아와 태국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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