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불가피 연 3조6,000억원 추가부담/은행빚 국민에 전가… 규모·조건 따져야우리의 당면한 외환수급 방안은 이른바 「JP모건안」으로 일컬어지는 정부 보증의 채권발행 계획이 주축을 이룰 전망이다.
국제 채권은행단과의 외채조정 협상에 정통한 한 국내 금융소식통은 9일(현지시간) 은행단사이에 광범위한 합의를 이룬 JP모건안이 우리 외환수급의 「우산」이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즉 악성 단기채무를 정부가 보증하는 중장기 채무(채권)로 전환함으로써 국제 금융계에 「믿음」을 준 후 추가로 필요한 수요에 협조융자 추진등 우리 재량껏 대처해 나간다는 말이다.
미 JP모건은행이 구상한 이 안은 채무교환(Debt Exchange)을 기본 목표로 한 채권 발행이다. 현재 알려진 발행규모는 250억∼300억달러. 이중 절반가량은 국내금융기관의 단기 채무를 중장기 채무로 전환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외환보유고에 충당한다. 채권만기는 1, 2, 5년에서 많게는 20년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유럽시장에서도 소화시키기 위해 금액표시를 달러와 엔화로 내놓을 계획이다. JP모건은행 등은 발행되는 채권을 자신들이 시장에서 판매보장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이 안이 지닌 「독소조항」이다. 첫번째 문제는 발행채권에 대한 높은 가산금리이다. 한국에 대한 신용이 「정크본드」수준임을 감안할 때 두자릿수 금리가 불가피한 현실이다. 당초안이 한국의 금융 위기를 장기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씨티은행 등의 반발에 따라 조건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지 금융관계자들은 시장성을 고려, 금리가 11∼17%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전 우리의 적정선(6∼7%)에 비해 연 20억달러(3조6,00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이자부담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또 정부보증 채권이 새로운 벤치마크가 됨으로써 추후 신규 자금조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둘째는 민간 금융기관의 채무를 정부가 보증하는 문제이다. 부담이 고스란히 납세자인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급한 쪽은 우리다. 자금줄을 쥔 국제 민간금융권의 요구를 무시하기에는 우리의 외환사정이 너무 빠듯한 실정이다. 현재 알려진 우리의 대응은 JP모건안을 축으로 100억달러의 외국환 평형기금 채권 발행과 협조융자 조성 등 자구노력을 병행하는 방안이다. JP모건안을 어느 정도의 규모와 조건으로 수용해야 할 것인지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국제 채권은행단과의 외채조정 협상은 19일께 뉴욕에서 예정돼 있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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