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문은 모라토리엄 우려인도네시아 민간부문의 모라토리엄(대외지급유예) 사태가 가시화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10일 루피아화 폭락사태로 비롯된 모라토리엄 우려가 적어도 민간부문에서는 조기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자카르타 증시에 상장된 282개사중 22개를 제외한 모든 기업들은 현재 기술적으로 파산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 브로커인 데이비드 창은 특히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루피아화가 달러당 7,000선이 붕괴되면서 사실상 「빚갚기」를 포기했다면서 『루피아화가 달러당 1만선에 머물 경우 빚을 감당할 기업은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민간부문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에서 국가 모라토리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우선 인도네시아의 총외채 1,180억달러중 정부가 빌린 돈은 525억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외환보유고가 214억달러에 달하며 석유 가스 목재등 천연자원 판매액만 연간 200억달러를 넘고 있다. 또 외채가 모두 장기채무여서 상환에 어려움이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경제구조상 정부가 민간부문 외채에 대해 보증등을 서며 개입할 여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하르토 대통령도 『지금은 국가 모라토리엄을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메가와티 대선출마 선언
○…수하르토(76)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가를 경제위기에서 구출할 능력을 갖춘 후임자가 생기면 하야할 용의가 있다고 그의 이복동생인 프로보수테조가 이날 밝혔다. 한편, 96년7월까지 야당인 민주당(PDI)을 이끌다 정부의 야당파괴공작으로 당수직에서 축출된 재야 지도자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는 이날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3월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건국대통령인 수카르노의 딸인 메가와티는 이날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국가지도층의 부패가 현재의 위기를 야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군부 “사재기 최고사형”
○…쌀과 설탕 식용유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인도네시아 군부는 이날 사재기 또는 매점매석 행위에 대해 사형까지 가능한 국가전복죄를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군부는 『쌀값이 3배이상 치솟는 등 사재기 열풍과 유언비어가 이 정치·사회 혼란의 주범』이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런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와병설과 쿠데타 음모설등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에 대한 군의 지지는 변함없다』며 일축했다.
○폭동대비 교민안전 지시
○…군부의 설명과는 달리 폭동등 「최악의 상황」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꼬리를 잇자 자카르타 주재 한국 대사관은 9일 긴급회의를 열고 교민 안전대책을 수립했다. 회의에서는 교민들에게 야간출입을 삼가고 3∼5일 정도의 쌀등 비상식량을 확보토록 하는 방안등을 논의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250여개 한국 업체중 전자 신발 자동차 철강 건설분야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루피아화 불안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특히 내수시장을 겨냥하고 투자한 삼성과 LG등 가전업체는 루피아화가 5,000선이 붕괴되면서 생산을 멈춘 상태이다.<이종수 기자·자카르타="조용준" 지국장>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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