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교본) 정권은 퇴진하라」일본정당중 민주당등 6개 야당의 정치적 연대그룹인 「민우련」이 결성후 처음 입에 올린 말이다. 뿐만 아니다.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의 신당 자유당등 나머지 야당들도 하시모토총리와 현내각의 사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시모토 총리는 일본 개혁추진의 견인차이자 정상외교의 귀재로, 또한 나카소네 야스히로(중증근강홍) 전총리이후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지도자로 인기를 한몸에 모아왔던 정치가이다.
그런 그가 이처럼 급격히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것은 경기침체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허덕이고 있는 일본경제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일본경제를 바라보는 내외의 눈은 한마디로 매우 부정적이다. 특히 서구 선진국들에는 동남아와 한국의 경제위기가 서곡에 불과하다는 극단적인 비관론마저 팽배해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엔화와 주식은 바닥을 모르는듯 하락하고 있다. 외국투자자들의 「일본 팔자」현상에 대해 일본 정부와 국민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일본정부는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30조엔 규모의 금융안정자금이나 2조엔 규모의 특별감세 방침도 그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정책담당자들이 나서 미주 국가들의 고위관료들과 접촉을 갖는등 적극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같은 노력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상황이 나빠지면 「일본발 세계 금융공황」이 현실화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이며 최고의 기술대국, 엄청난 무역수지 흑자국인 일본이 이같은 위기상황에 빠져있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의아스러운 일이다. 가장 큰 요인은 일본시장의 불투명성과 이로 인한 투자가들의 불신감이다. 일본은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투명성」과 「신뢰」라는 단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 같다. 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신뢰감 회복은 더이상 구호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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