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위기라고? 천만에”『한국영화 위기? 절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좋은 기회다』 충무로의 대부로 꼽히는 곽정환(68·합동영화사 대표), 이태원(63·태흥영화사 대표)씨가 보는 현 상황이다. 이런 진단이 가능한 것은 두 사람이 지난해 제작한 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96년 구속파동, 97년 화려한 재기. 두 사람은 『98년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년간 돈줄을 대던 대기업자본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해, 이들의 충무로 「토착자본」이 적극 움직이는 것은 희망의 신호로 볼 만하다. 20∼30년간 제작·배급을 아우르며 영화계를 이끌어왔던 이들은 『젊은 영화인과의 공조체제』를 첫 번째로 내세웠다. 또 영화계 비리로 구속됐던 과거를 의식한듯 『체질개선과 수익분배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곽정환/“타영화사 작품 7∼8편 20여억원 지원계획/불황기 국민위로 우리정서 영화 만들터”
10여년간 외화수입과 극장운영에만 신경써오던 그는 96년부터 강우석(시네마서비스) 신철(신씨네)씨와 손잡고 본업이었던 한국영화제작에 나섰다. 막후에서 투자한 「투캅스2」 「초록물고기」 「넘버3」 「편지」 등이 잇달아 히트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에 20개 극장을 소유, 강력한 배급망을 갖고 있는 그는 제작까지 역량을 발휘,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메이저」가 돼가고 있다.
98년 계획.
『시네마서비스와 신씨네를 비롯한 여타 영화사의 작품7∼8편을 제작 지원한다. 5월에 「투캅스3」 「여고괴담」 「실락원」, 6월에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여름엔 「자귀모」 「댄스댄스」 「생과부위자료 청구소송」, 가을엔 「북경반점」 「은행나무침대2」 등이다. 약 20억원을 투자한다』
제작원칙.
『여름영화가 있고 겨울영화가 있다.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편지」같은 영화가 히트한 것도 요즘 시기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품마다 미리 개봉시기를 정해놓고 철저한 계획생산을 한다』
좋은 영화란.
『우리 정서에 맞는 영화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너무 국제영화제 같은데에 신경을 쓰는데, 그럴 필요 없다. 우리 영화란 게 어차피 다른 민족에게 이해되기는 힘든 것이다. 불황시대에 국민을 위로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가 필요하다. 우리 영화에 표절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차피 영화란 배경만 다를 뿐 인생을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대의 것이 후대에 되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태원/“시스템위주 제작으로 올 5∼6편 만들것/젊은영화에도 관심 창의적작품 발굴 주력”
「창:노는 계집 창」을 성공적으로 흥행시킨 그는 「장군의 아들」 「서편제」 등으로 흥행과 명성을 양손에 쥐었던 「한국영화의 산실」을 재현한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독자적으로 작품선정 및 제작진행, 제작비 투자를 담당하되 감독에게는 작품내용 일체를 맡기는 방식으로 일해왔으나 새해에는 「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신계획.
『감독 위주에서 시스템 위주의 영화만들기로 바꿀 생각이다. 기존 제작방식을 바꿔 기획, 제작진행, 투자에 각각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공동제작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젊은 기획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도입하겠다. 또 소자본가 및 영화에 관심있는 모든 계층의 국민을 영화제작에 참여시킬 수 있도록 소액투자자를 주주로 끌어들이는 투자방식도 시도할 계획이다. 수익배분 과정을 투명하게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하면 혼자서 돈대고 찍고 배급할 때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역할은 영화에 따라 투자자, 프로듀서, 제작자 등으로 바뀐다. 올해 5∼6편 정도를 만들 계획이다. 이 정도면 대기업에 비해도 적은 규모가 아니다』
어떤 영화?
『예전엔 영화는 어느 정도 경륜이 쌓인 감독, 작가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젊은 영화 쪽으로도 마음을 많이 열 생각이다. 무엇보다 독창적이고 창의력있는 작품을 발굴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84년부터 만든 31편 중 좋은 영화도 있었고 욕먹은 영화도 있지만 7할 이상은 성공적인 작품이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는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건전한 이야기를 위주로 할 계획이다』.<이윤정 기자>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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