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네고 중단 은행들 이유있는 항변/“수출환어음 한은 외화보유고로 지원을”금융기관들의 수출환어음 매입중단을 둘러싼 은행권과 수출업계의 갈등은 닭과 달걀의 논쟁을 연상케한다.
수출업계는 『유일한 달러박스인 수출을 지원해야 외환위기가 타개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은행들은 『일단 외환위기에서 벗어나야 수출업계를 도와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말결산을 앞두고 지난해 12월부터 본격화한 금융권의 수출네고중단 사태는 새해들어서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 기간이 긴 유전스(Usance) 및 무신용장(D/A) 네고는 거의 거부되고 있으며 단기 일람불(At Sight)조차 선별재개되고 있다.
은행들이 수출네고를 기피하는 이유는 달러부족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때문이다.
일람불은 은행이 수출환어음을 매입, 수출업체에 대금을 우선 지급한 뒤 수입업자로부터 약 10일후, 유전스는 3∼6개월후 돈을 받는 방식이다. 해당기간 만큼 대출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달러막기에 급급한 은행들로선 수출업체에 달러를 빌려줄 여력이 없다.
유전스의 경우 국민 제일 대동 동남은행등만 30만달러·90일이내등 조건을 붙여 재개하고 있으며 외환사정이 나쁜 몇몇 은행은 열흘 후면 돈을 받는 일람불조차 기업당 10만달러까지만 선별매입하고 있다. 한 은행 외환담당자는 『단기외채 만기연장이 1백% 이뤄져 외환수급이 정상화하기 전까지는 수출네고를 종전 수준으로 환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수출환어음을 담보로 원화대출이라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원화든 외화든 대출은 BIS 자기자본비율에 치명적이다.
일람불이나 유산스는 자기자본비율 산정시 위험가중도가 20%에 불과하지만 무신용장 방식의 D/A는 1백%에 달해 자기자본비율을 크게 떨어뜨린다. 한은당국자는 『3월말보다 엄격한 자기자본비율 평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장기의 유전스나 D/A는 취급을 계속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상태라면 짧게는 3월말, 길게는 금융권의 외채만기 완전연장과 신규차입재개 시점까지 수출업계 애로는 타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권은 정부가 은행만 탓할 것이 아니라 수출네고를 재개할 수 있도록 획기적 지원책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담당간부는 『은행들이 달러부족으로 수출네고를 못하는 만큼 한은이 매일 은행별로 수출환어음 매입액을 집계, 그 액수를 환어음기간 만큼 외환보유고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보유고가 넉넉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실수요외화가 부족하면 최종적으로 한은이 막아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수출네고용 달러는 외환보유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은행 후순위채 매입규모를 확대,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 여력도 높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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