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식물 등 생명체의 형태·구조·물질을 모방/과학·기술에 응용하는 첨단과학을 소개『숲속에 매복해 있던 적군은 눈 깜짝할 사이에 포위된다. 새처럼 생긴 초소형 비행물체가 머리 위를 날면서 위치와 무장상황 등을 정확히 탐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군은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한편 지진으로 빌딩 밑에 깔린 생존자들은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순간 거대한 곤충이 폐허더미 속에서 날아오르자 신호를 받은 구조대가 바로 도착한다』
지난해 11월18일자 뉴욕타임스지는 미국 에어로바이언먼트사가 개발한 길이 15㎝짜리 초소형 비행체의 역할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 비행체는 시속 65㎞로 16분간 비행할 수 있으며 무게는 28.4g정도밖에 안된다. 지구상위치측정시스템(GPS) 인공위성수신장치와 정찰용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 로버트 미켈슨 박사가 최근 개발한 파리모양의 비행체도 10㎝ 정도 크기에 각종 센서와 안테나를 갖추고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비행하면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파리나 새의 형태를 본따 기존 비행기와는 전혀 다른 구조의 비행체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처럼 생명체의 행태나 구조, 물질 등을 모방해 과학·기술에 응용하는 분야를 「바이오마이메틱스(Biomimetics·생체모방공학)」라고 한다. 초보적이긴 하지만 나무열매에 붙은 갈고리모양의 가시털에서 힌트를 얻은 아기기저귀 접착포같은 것이 바이오마이메틱스를 응용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과학칼럼니스트 윤실씨가 쓴 「바이오마이메틱스자연에서 신기술을 배운다」는 생체모방공학의 신비한 세계를 소개한다. 『바이오마이메틱스는 30억년이란 길고 긴 진화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생명체로부터 인류 생존에 필요한 여러가지 기술과 지혜를 배우려는 것입니다.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재료공학 분자생물학 생화학 그래픽디자인은 물론 수학분야에 이르기까지 응용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사례 하나 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거미줄 섬유」 개발이 한창이다. 거미줄은 머리칼보다 가늘지만 같은 두께의 강철 등에 비해 인장강도와 탄력성이 4∼5배나 높다는 점에 착안, 그러한 특성을 지닌 인조섬유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현재 거미줄을 구성하는 효소성분을 인공합성해낸 상태다.
이 책을 읽다보면 평소 무관심했던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의 신비가 인류의 미래 자산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전파과학사 발행, 8,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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