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보며 환수 불가피/개인·기업 부담만 커져정부의 돈줄관리가 「땜질식」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시장안정과 금융시스템 복구를 오로지 발권력에 의존하다보니 그 자체가 통화증발요인으로 작용, 통화관리를 더 어렵게하고 나아가 개인 및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긴축」을 더 빡빡하게 만들고 있다.
6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영업정지 종금사의 고객 원리금지급을 위한 5조원의 예금보험기금 채권을 연 15%에 매입키로 하고 우선 3조원을 방출했다. 한은은 그러나 이렇게 풀린 통화를 흡수하기 위해 이날 8,000억원의 통안증권을 연 33%의 실세금리로 발행, 금융권에 매각했다. 연 15%의 싼값으로 돈을 풀어 연 33%의 비싼 값을 주고 돈을 회수, 결국 연 18%포인트의 「적자」를 낸 것이다.
통화당국의 적자는 곧 통화증발을 의미한다. 예금보험기금채권 5조원 어치를 모두 사들인 뒤 여기서 풀린 돈을 통안증권으로 환수할 경우 연 9,000억원(5조원×18%)의 돈이 통안증권 이자지급형태로 새로 풀려나가는 셈이며 통화긴축을 위해선 이를 어떤 형태로든 환수하지 않을수 없는 형편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에도 콜시장과 주식시장안정을 위해 약 11조원의 돈을 찍어 방출키로 한바 있다. 작년 10월에는 성업공사의 부실채권매입자금 확충을 위해 2조원을 풀었다. 정부는 현재 예금보험기금과 성업공사기금 조성을 위해 각각 12조원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나 실세금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발행금리(연 15%대)로는 기관투자가들이 소화할리 없어 결국 대부분 한은이 돈을 찍어 매입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안정 예금지급 부실채권매입등 이른바 금융시스템 복구를 위해 찍어야할 돈은 연말 11조원을 포함, 연내2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IMF 합의에 따라 강도높은 통화긴축을 펴기 위해선 20조원 대부분을 회수해야하며 통화방출금리(연 15%)와 회수금리(연 33%)의 격차, 즉 통화환수비용까지 감안하면 거둬들여야 할 돈은 훨씬 많다. 일단 돈을 찍어 틀어막은 뒤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나중에 모두 회수하겠다는 식이다.
한은 당국자는 『금융복구자금은 원칙적으로 정부재정에서 부담해야하나 현재 재정자체가 심각한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만큼 일단 한은자금으로 방출한 후 추후 재정에서 보전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IMF도 이같은 현실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도 『금융복구는 재정이 부담해야하며 발권력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금융권 관계자는 『강력한 통화긴축기조하에서 이런식으로 수조원의 자금이 한꺼번에 방출되면 한은으로선 1년 내내 환수만 해야하기 때문에 금리는 좀처럼 떨어지기 어렵고 기업과 개인들이 느끼는 체감긴축도는 실제보다 훨씬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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