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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의 거품빼기/이종훈 중앙대 총장(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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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의 거품빼기/이종훈 중앙대 총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8.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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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여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해결이라기 보다 새로운 출발인 것이다. 최근의 환율이 달러당 1,715원을 기록하였고 실세금리가 28.9%에 달했으며 12월 물가가 6.6%를 보이는 등 아주 위험한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높은 환율과 금리가 외국자본을 유인하여 달러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정책적인 발상의 효과도 문제지만 그 파장의 결과가 우려되는 바 크다. 고환율과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기업은 도산하고 물가는 오를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이는 실물경제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IMF가 5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한국경제는 겨우 국가부도위기를 면하게 되었다. 그 지원조건이 우리에게 가혹한 것이기는 하지만 성장경제의 거품과 군살을 제거하여 양적성장을 질적 발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도 동시에 마련해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의 무역수지적자가 80억달러를 기록하는 가운데 총 외채가 무려 1,569억달러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용외환보유고는 이달중 170억달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상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태국에서 시작된 동아시아의 금융위기가 한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그 파장이 일본에 번져갈 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아시아적인 경제구조와는 달라서 그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동아시아에 투자한 30조엔의 대출자금 중 10조엔이 부실채권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본도 금융위기에 휘말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본은 92년부터 엔고와 거품경제로 장기적인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 불경기는 거품과 군살이 빠져나가는 체질개선의 몸살과정인 것이다. 2,244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제일의 외환보유고와 5,000억달러를 넘는 해외순자산과 1,00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의 지속 등은 1%정도의 물가안정과 3.5%의 실업률과 세계 최저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 외채의 23%를 차지하는 채권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경제의 불경기는 엄살의 요소가 많다. 물론 최근 일본정부가 10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였고 개인소득세를 2조엔이나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금년에도 경기침체국면은 지속될 것 같다. 거품경제의 대명사였던 부동산가격과 주가가 폭락하여 이를 담보로 했던 은행과 증권회사가 도산하는등 민간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본경제의 전체적인 체질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과거 6년간 철저한 행정개혁과 우리의 국민총생산(GNP)보다 많은 60조엔규모의 경기활성화정책을 실시하여 90조엔의 부실채권을 크게 정리하였다. 그리고 1조 1,7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국채의 20%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이를 활용하여 달러환율을 조정함으로써 엔저에 의한 수출증대­생산확대­고용 및 소득증대­개인소비증가­경기회복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태국과 한국이 일본 다음으로 거품경제가 심하다는 점에서 일본경제의 탈거품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경기부양책을 제대로 실시하지도 못한 채, 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을 단행해야할 한국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부실기업과 GNP의 몇배에 달하는 부동산가격을 그대로 놓아둔 채 정리해고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부동산가격의 거품을 빼고 부실기업을 정리하여 IMF체제를 슬기롭게 극복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철저히 재정을 긴축하고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재정금융정책을 적극 펴나가야 한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소유구조와 경영구조를 조정하여 알찬 감량경영과 기술개발을 촉진시키고 가계는 근검절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결국 모든 경제주체가 거품과 군살을 빼고 고통을 분담하여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오늘의 총체적인 위기를 가져온 정부는 정책의 실패, 기업은 방만한 차입경영, 그리고 금융기관은 무모한 자금관리 등의 책임을 통감하고 정부와 은행과 기업이 먼저 고통분담의 솔선수범을 보여 국민적인 화합으로 IMF체제를 조기에 졸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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