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나진∼훈춘 뱃길은/남북공동체 이룰 젖줄/내부 법정비 서두르고/북 태도변화 유도 힘써야”지난해 11월13, 14일 이틀간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남북한 및 중국 정부의 국장급 실무자들이 속초나진훈춘간 해로 및 육로 개설문제를 집중 협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93년 2월 한·중 해운회담에서 양국이 속초와 훈춘을 연결하는 항로를 개설하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 이래 한·중 및 북·중의 양자간 차원에서, 그리고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 추진을 위한 민간 차원의 관광워크숍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진 일은 있었다. 하지만 3국 정부의 실무자들이 속초나진훈춘간의 통행로 연결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한 것은 지난번 회의가 처음이었다.
속초나진간의 바닷길을 여는 문제가 국내외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분명하다. 남북한 당국간의 직접대화가 실현되기 어렵고 남북경협도 매우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참여하는 3자 대화채널을 통해 남북대화 및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속초나진간 카페리 항로 개설은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대외 개방전진기지인 나진 선봉지역과 직접 교통을 이룸으로써 물류비용 감소라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남북한을 하나의 민족경제공동체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간 인적 교류의 물꼬를 틈으로써 민족동질성 회복과 평화통일의 기반조성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북한은 통행료수입 외에 많은 물동량을 확보함으로써 나진 선봉지역을 수송중계기지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속초나진간 해로 개설은 나진 선봉지역에 이산가족면회소 설치를 가능케 함으로써 남북간 인도적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고, TRADP의 실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4자회담 진전 등 여건만 성숙되면 가능한 한 빨리 이 사업을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속초나진훈춘간 통행로 개설문제에 대해 남북한 및 중국은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동북3성 지역의 경제개발 및 출해권 확보 차원에서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도 나진 선봉지역 투자기반의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속초나진간 해로 개설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북한당국은 개방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적 배려에서 여객들이 나진 선봉지역을 단순경유하여 속초와 훈춘간을 왕래하는 것만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교류협력 확대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이 문제에 능동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여객의 신변안전보장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속초나진간 카페리항로 개설은 기본적으로 남북한간에 타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으나, 북한은 TRADP의 틀내에서, 즉 다자간 국제적 차원에서 처리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의 베이징 실무자회의에서는 남북한이 여객의 신변안전보장문제, 북한여행중의 돌발사건 처리문제 등에 관해 상당한 입장차이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으로 협상타결의 관건은 한국인 여객에 대한 신변안전보장문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점에 비추어 우리 정부는 중국과 긴밀하게 협의하여 북한측의 소극적인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 내부적인 법적, 제도적 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속초가 카페리항로의 출발지점이 될 수 있도록 「개항질서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속초항을 지정항에서 개항으로 승격시켜야 한다. 즉 속초항에 세관장과 출입국사무소 및 검역사무소를 설치하여 외국과의 무역에 적합한 항구로 전환시켜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속초나진간의 해로가 개설될 경우 나진 선봉을 경유한 옌볜(연변)지역 관광이 실현될 것에 대비하여 북한출입절차, 한국인 관광객의 수송방법, 통행경로와 방법, 휴대물품의 반출입 범위와 과세여부, 업무연락을 위한 통신보장, 사고발생시의 긴급구호조치와 피해자 배상문제, 관광객 신변안전보장 및 영사보호 제공, 분쟁해결절차 등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 출범할 김대중정부는 보다 개방적이고 능동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 정부는 앞으로 속초나진간의 카페리항로가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남북한의 경제를 부흥케 하며 민족을 살리는 젖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통일개항시대를 준비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연구위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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