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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바람직한 해법은/최경수 한국노동연구원(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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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바람직한 해법은/최경수 한국노동연구원(전문가 진단)

입력
1998.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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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구조조정 과정서 필요한 조치는 신속히/중기·소비 빠른회생만이 고용시장 불안 해소책「노동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립킨은 과거의 산업사회는 노동과 자본이 대립하는 시대였으나, 미래는 노동과 노동이 대립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노동과 노동의 대립이란 과거의 산업사회와 달리 미래에는 생산에 있어 물질적인 자본보다 노동이 중요하게 되며, 각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간의 이해 대립, 새로운 시대에 통할 수 있는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근로자간의 이해 대립에 의한 사회 갈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노동현실에 대한 그의 예리한 관찰은 작금의 우리 현실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의 경제 현안중 최우선 과제는 금융기관들을 흡수 합병하는 금융개혁이며,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은행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지금도 중소기업들에서는 과도한 금리와 금융경색으로 부도가 속출, 실직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낙후성이 관치금융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나, 서울의 어느 길모퉁이에서 주위를 돌아보아도 점포를 대여섯개씩 찾을 수 있는 비대한 금융산업도 고금리의 중요한 원인인 것이다.

이밖에도 지금까지 대기업의 생산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정리해고가 불가능하였으며, 기업측은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그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하거나 대량투자에 의하여 생산성을 높여 국제경쟁력을 보전했다. 결국 대기업의 과도한 차입이나 중소기업의 경영악화, 그 어느 경우에도 대기업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에는 국민전체의 부담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현 상황은 전체적인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라도 정리해고를 용인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있다. 또한 현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재벌구조를 고쳐 나간다면, 정리해고는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경제 구조조정의 과정은 고용제도의 붕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상으로의 회귀라고 보아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란 무분별한 탈규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여건의 변화에 따라서 고용구조도 신속히 바뀌어야 전체적인 고용안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현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는 신속히 취해야만 빨리 현재의 고용불안을 벗어나노동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것이다.

실직 근로자 문제에 대해서는 우선 기업의 해고 회피노력이 있어야 하겠고, 다음으로 생활안정을 위한 정부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고용보험이란 제도도 애초에는 유럽에서 실직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노동조합의 자발적인 상부상조 기금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고통분담의 논리에 의하여 고용안정과 생계안정을 기하기 위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고용보험제도는 아직 미비하여 실질적인 생계보장에는 부족하므로 확충될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제의 구조조정이 조속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건실한 중소기업과 소비가 되살아나야 고용안정을 기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 시도하였으나, 입법에 실패한 금융산업구조조정법이라든가 대기업 도산의 처리지연이 결과적으로 얼마나 더 큰 고용불안을 초래하였는가 하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도 우리 실정에 맞는 방향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유럽의 사회보장제도는 겉보기에 근로자는 고용안정과 고임금을 누리고 실업자는 생활을 보호 받는 것 같다. 그러나 기실 따지고 보면 세사람 중에 두사람이 일을 하고 세금을 거두어 나머지 한 사람의 실업자를 도와주는 제도로, 실업자 생활보호도 충분한 수준이 되지 못하는데다 사회보장 부담으로 인한 고임금탓에 지난 30년간 고용확대에도 실패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유럽사회의 치부인 고착된 사회계층 구조라는 불가피한 사정도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아직도 고도성장을 위한 잠재력이 충분히 있으며, 사회계층구조도 약한 사회이므로 유럽식 제도보다는 세사람이 모두 일하고 능력에 따른 임금을 받는 것이 우리 이상에 맞는게 아닌가 한다. 또한 제도에 있어서도 실업자 보호를 위한 실업정책과 생계 곤란한 국민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정책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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