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신용도 먹칠 파장 우려/정부차원 별도지급대책 강구영업정지중인 신세기투자신탁(사장 이현구)이 고객들이 투자자금으로 맡긴 신탁재산중 일부를 채무상환 등에 불법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감독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감독당국은 신세기투신 뿐아니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투신사들도 신탁재산을 유용한 단서를 잡고 내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금사의 기업어음을 위·변조 판매에 이어 발생한 투신사의 금융사고는 고객투자자금 반환에 차질을 초래하고 금융기관 신용도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
5일 재정경제원과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기투신에 대해 증감원이 실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 회사가 영업정지(지난달 19일) 직전에 고객신탁계정에서 자금을 빼내거나 고객신탁재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오는 등의 수법으로 3천억원 안팎을 콜차입금 및 직원월급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는 데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투신사의 자산은 고객들의 투자자금을 관리하는 신탁계정과 회사의 고유재산을 관리하는 고유계정으로 나누어지며, 증권투자신탁업법은 신탁계정과 고유계정을 엄격하게 분리해 관리토록 하고 신탁계정의 재산은 투신사의 채무변제 등에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증감원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신세기투신의 신탁재산 일부가 전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실사가 끝나지 않아 유용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정확한 유용액수 확인과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실사결과에 따르면 신세기투신은 신탁재산 가운데 2천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고 공사채형 투자자산에서 3백억원 이상을 빼내는등 유용액이 3천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2조8천억원의 신세기투신 신탁재산 가운데 상당부분이 회사채무변제 등에 사용돼 고객들의 신탁재산을 반환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신세기투신의 자본금은 6백억원으로 이미 자금난으로 자본이 잠식돼 자체자금으로는 유용한 고객재산을 되돌려줄 수 없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투신사 신탁재산은 금융기관에 보관돼 있다는 이유로 예금지급보장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신세기투신의 고객재산을 인수한 한국투신이 대신 지급하지 않는 한 고객들이 투자자금을 전액 되찾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는 그러나 고객재산이 반환되지 않을 경우 금융권에 미칠 충격을 감안, 별도 지급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투신사에 맡긴 자산을 찾지 못하게 될 경우 금융권에 큰 파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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