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의 풍물사진을 보면 황소가 집채만한 장작바리를 실은 마차를 끌고가는 것이 있다. 겨울을 앞두고 부자들이 취사와 난방에 쓸 땔감을 들이는 풍경이다. 아낙네들의 김장 담그기와 함께 겨울 땔감을 준비하는 일은 우리 살림의 양대사였다. ◆멀리 거슬러 갈 것도 없다. 장작이 연탄으로 바뀌었을 뿐 80년대까지도 풍경은 비슷했다. 연탄트럭과 리어카가 겨울의 전령사였다. 정부도 지자체들도 마찬가지였다. 석탄생산 독려가 정부의 일이었고, 탄광도시에 화차를 보내 물량을 선점하려는 지자체들의 경쟁이 뜨거웠다. 저탄장 높이와 연탄값은 반비례 관계였다. ◆그러나 80년대 말 성급한 선진국 망상에 사로잡혀 연료정책이 주유종탄으로 바뀌면서 우리 생활에는 급격히 거품이 형성됐다. 88년 서울 전체가구의 85%가 연탄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4%로 줄었다. 커피 한잔값에 비교되던 연탄 한장 값은 3백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정부 보조금 1백28원이 포함된 값이다. ◆이렇게 천대받던 연탄이 다시 대접을 받고 있다. 사무실 점포 공장 축사 등의 난방연료가 연탄으로 바뀌고 있으며,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주택도 늘고 있다. 작년 12월의 연탄소비량은 19만8천여톤으로 96년 동기보다 4.2% 늘어 6년여만에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문을 닫으려던 연탄공장들이 밤새워 연탄을 찍어내고 있다. ◆이런 속도로 가면 유류절약 효과도 클 것이다. 자동차 통행량 감소까지 겹쳐 연간 2백억달러에 가까운 석유수입금도 크게 절약될 것이다. 급격한 수입감소로 12월 무역수지는 23억달러 흑자로 반전됐다. 너무 비관할 일만도 아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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