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지만 옛날에는 호랑이 얘기를 참 많이도 즐겼다. 그래서 육당 최남선은 우리 민족이 호랑이 이야기를 즐긴다 하여 「호담국」이라 했고 호랑이 이상은 없다는 뜻으로 「유호독존」 이란 말을 쓰기도 했다. 무인년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가 서울과 부산 등 여러 화랑에서 마련된다.◎갤러리사비나호랑이전/운보의 ‘까치와 호랑이’ 등 27점
갤러리사비나의 호랑이전에는 개성 강한 화가들이 해석한 다양한 호랑이의 모습이 선보인다. 운보 김기창화백의 「까치와 호랑이」는 맹랑한 까치에게 골탕을 먹은 호랑이 우화를 삽화적 기법으로 그렸다. 병상에 있는 김화백이 88 서울올림픽 때 그린 것으로 까치몸통은 오륜기를 상징한다. 색감이 뛰어난 안창홍씨의 「사팔떼기 호랑이」는 물질만을 추구하다 위태로운 지경에 빠진 호랑이를 보여주며 「IMF시대의 호랑이」는 영낙없이 요즘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전통민화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회화감을 가미한 이광택, 김용철씨의 평면, 사석원·임효씨의 입체적 작품도 보는 재미가 담뿍장 맛. 황토를 구워 만든 김주호씨의 입체 「코큰 호랑이」, 철 등을 이용해 기계적 구성의 입체호랑이를 선보인 성동훈씨의 호랑이도 볼만하다. 5∼24일 열리는 전시회에는 27점의 작품이 나온다. (02)7364371
◎가나아트스페이스산신호랑이전/‘땅의 신’ 호랑이 민화도 선봬
삼신학회가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7일부터 15일까지 마련하는 「제1회 산신 호랑이전」은 신교의 시각에서 호랑이민화를 살펴본다. 신교는 천일신인 칠성, 지일신인 산신, 인일신인 용왕의 삼신을 섬기는 민족종교. 땅의 신 호랑이 민화도와 여성산신이 주로 등장하는 조선시대 이전의 민화를 복원한 것 등 모두 13점의 민화가 전시된다.
민화는 유실된 것이 많아 사진으로 남은 자료를 소재로 했다. 삼신학회 회원들의 밑그림에 민화전문가 송규태씨가 최종 마무리를 하고 설채, 즉 색을 입혔다. 전시는 학회회장으로 「호랑이박사」로 불리는 조자용(72·에밀레미술관 관장) 박사. 황해도 황주군 출신으로 50년대 하바드대 공대에서 구조공학을 전공한 조씨는 68년부터 민화자료를 수집, 호랑이 도깨비 수탉 등 백성의 문화(민문화)를 연구하는 데 30년을 바쳤다.(02)7341020
◎서공임 민화 호랑이전/개호랑이·흑호 등 모습 재현
20년간 전통민화에만 매달려온 여성민화가 서공임씨의 작품전에는 전통을 복원한 다양한 호랑이민화가 선보인다. 섬세한 붓질, 요란하지 않은 채색, 먹선과 부분 담채의 조화가 생동감을 주는데 개호랑이 맹호 황호 흑호 등 다양한 호랑이 모습을 재현한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신년 복을 비는 마음으로 흔하게 그려썼던 호랑이부적도 여러점 전시된다. 6일부터 11일까지 현대아트갤러리 (02)34495506
◎한국정신속의 호랑이전/판화가들의 눈에 비친 호랑이
민족정신의 상징인 호랑이를 판화가들의 눈을 통해 살펴보는 전시이다. 부산 롯데화랑이 광주의 이상필 최병구 채종기씨, 부산의 한성희 노재환 홍익종씨등 여섯 작가를 초대했다. 연초부터 영호남 작가가 한데 어울려 전시를 갖는다는 사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051)8102328<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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