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전시 ‘거품행정’ 걷어라/실속없는 해외시장순방 달러 낭비/업무 대폭 민간이양·공무원 감축 등/‘고비용 저효율’ 고질구조 혁파해야올 5월에는 민선단체장 및 지방의원선거가 있다. 95년 7월 4대 지방선거로 출범한 지방자치가 2기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하에서 지방자치단체도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파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자체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방자치제도를 한단계 발전시키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기 위해 지자체 구조조정문제를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는다.<편집자주>편집자주>
새해 벽두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이 조직축소와 인력감축문제로 술렁거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금융·산업계는 물론 정부부문에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파고가 지자체조직에까지 몰아치고 있다.
정부예산이 수조원이나 삭감되고, 민자유치를 통한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이 곳곳에서 무산되면서 지자체도 군살을 빼고 거품을 제거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대과제로 등장했다. 내무부에 따르면 2000년까지 지방공무원 2만4,000명을 줄일 계획이어서 새해에 9,600명을 감축하는 것을 필두로 99년과 2000년에는 각각 7,200명이 공직을 떠나야 할 판이다.
각 지자체는 지난해말 자체적으로 조직진단팀을 구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해 정부수립이후 최대규모의 조직 및 인력이 축소될 전망이다. 우선 인구 5,000명미만의 소규모 동이 통폐합되고 1차산업을 비롯한 기능쇠퇴분야의 조직을 축소, 정규직 공무원 1만6,000명을 정리할 계획이다. 환경미화원과 단순사무보조원 등 일용직 및 청원경찰도 8,000명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같은 감축계획은 기존인력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정년퇴임등 자연감소와 신규채용을 억제하는 것이어서 경쟁력강화를 위한 본질적인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충남 경기 등 각 지자체에서는 지난해말 공영개발사업단등 한시기구를 폐지하면서 기존 인원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고질적인 「위인설관」을 단행, 조직축소 분위기를 무색케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공무원 신분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어 일반기업처럼 강제로 해고할 수 없다』며 『신규채용을 동결하고 결원을 보충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방만한 인력운영으로 인한 「고비용 저효율」을 타파하고 조직을 슬림화하기 위해서는 재난·안전관리, 보건환경, 사회복지등 지자체가 꼭 수행해야할 업무 외에는 업무를 민간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IMF시대에 적응하려면 뼈를 깎는 아픔이 수반된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도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행정개혁에 착수한 만큼 지자체들이 스스로 맨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견뎌야 할 것이다.
실제로 광주시는 연간 운영비만 88억원이 소요되는 수질환경사업소를 지난해 공개입찰로 79억원에 민간에 위탁, 예산절감과 인력감축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부산시도 청소년수련원 복지회관 하수처리장 등 산하사업소를 민간에 위탁키로 하는 등 업무이양을 추진중이다. 경기도에서는 과별로 편성된 3∼5개의 계 가운데 일상적이고 관행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1개 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폐지한 뒤 특정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4∼5명의 인원이 팀을 구성해 업무를 처리하는 팀제를 새해부터 일부 부서에 시범적으로 도입키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거품행정」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민선시대 개막이후 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는데만 급급해 추진해온 각종 전시·선심행정이 지방자치를 멍들게 하고 있다.
세계화를 구호로 외치며 빈껍데기뿐인 자매결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실적도 없는 해외시장 개척을 명분으로 「해외순방」에 나서 외화를 낭비해온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민선단체장들은 취임이후 지역의 입지여건과 산업구조의 특성은 도외시한 채 대규모행사 유치에만 전력을 기울인 것도 외화내빈을 자초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개최, 미디어밸리후보지 선정, 월드컵대회 유치 등이 그렇다. 특히 통상산업부가 추진한 테크노파크 조성은 첨단산업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보다 재선을 의식해 무조건 따내고 보자는 발상이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IMF시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제 거품을 걷어내고 군살을 빼내 누가 지역살림을 알뜰하게 꾸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단체장인가를 신중히 선택해야 할 때다.<정정화 기자>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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