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선거후 하반기에 가서나내각제개헌논의의 출발은 지난해 대선기간에 이뤄졌던 DJP연대의 합의사항에서 비롯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지난해 10월31일 야권후보단일화를 마무리 지으면서 99년12월말까지 내각제개헌을 완료하기로 하고 새정부가 출범하는 즉시 내각제추진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지금 국제통화기금(IMF)태풍과 정권인수의 분위기에 휘말려 내각제개헌논의는 완전 실종상태이다. 지난해 합의대로라면 올3월께 내각제추진위원회가 발족돼야 하지만 아직 이 문제를 거론하는 정파는 없다. 우선 내각제의 최대당사자인 자민련이 조용하다. 자민련은 공동정권의 분위기를 향유하느라 바쁘다. 국민회의는 자민련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지만 헌정사상 처음인 정권교체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나라당은 「다수야당」이라는 자조속에서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정치권은 새해초부터 계속되는 IMF태풍과 정권인수 분위기속에서 5월7일로 예정된 지자체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자체선거는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치르는 첫 선거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대선승리의 여세를 몰아 정국의 주도권을 강화하려 들 것이고 한나라당은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머지않아 정치권에 또다시 선거열풍이 불어 닥칠 것은 물어보나 마나이다. 내각제개헌이 정국의 쟁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내각제개헌이 정권교체를 가능케 한 주요요인이자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의 신의를 바탕으로 한 약속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자민련은 내각제개헌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국민회의는 이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내각제개헌이 언제 수면위로 부상할지는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상황과 요구당사자인 자민련의 태도에 우선 달려 있다고 봐야한다. 여기에다가 한나라당 중진의 상당수가 내각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의 최대주주인 김윤환 고문과 이한동 대표 등은 공공연한 내각제 지지론자 들이다.
지자체선거가 끝나면 여소야대의 정국속에서 정계재편과 맞물려 내각제개헌이 공론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내각제개헌에 있어 김종필 명예총재의 약속이행요구 못지 않게 중요한 대목은 김대중 당선자의 의중이다. 김당선자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면서 내각제개헌에 대해 어떤판단을 할지가 관건이다. 후보시절의 김당선자와 국가최고통치자로서의 김당선자의 내각제개헌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당선자는 약속이행이라는 명분과 내각제개헌에 따른 기회비용지불이라는 현실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김당선자는 지난해 후보시절 TV토론회 등에서 『내각제개헌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으며 국민의 뜻을 봐가며 추진 해야한다』고 말했다. 우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의석이 개헌선인 재적 3분의 2(200석)에는 태부족이어서 국회를 통과하려면 한나라당의 협조가 절대 필요하다. 또 내각제개헌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기때문에 형식논리상 국민이 거부하면 불발되고 만다.
또 국민여론이 내각제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집권세력인 국민회의가 자민련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아래 과연 자신있게 내각제추진에 착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새해정국에서의 내각제개헌은 지자체선거때까지 실종상태에 있다가 하반기에 가서야 수면위로 부상할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 같다. 정치권이 내각제개헌을 쟁점화 시키기에는 현안이 너무 산적해 있다. 그리고 99년 12월 말까지는 시간도 많이 남아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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