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뭉친 장애인공장/“부도에도 해고는 않겠다”/장애인사장 수화발표에/20여명 부둥켜안고 울음가구공장인 인천 동구 송림동 송목기업(주)은 불황을 타기는 마찬가지지만 작업장 분위기는 여느 공장과 사뭇 다르다. 일감이 줄어 어렵기는해도 대부분이 청각장애인들인 근로자들의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다. 선천성 청각장애인인 정희강(39) 사장이 힘든 결단을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성탄절 하루전인 24일 『종업원들에게 마당을 쓸게 하더라도 공장문은 닫지 않겠습니다』고 밝혔다. 회사가 부도난 것을 알고 사장의 중대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20여명의 근로자들 앞에 선 정씨가 수화로 뜻밖의 발표를 한 것이다.
열일곱살때부터 정씨에게서 목공일을 배우고 있는 청각장애인 이송식(21)씨는 『지금까지 사장님을 믿고 따랐었는데 이번에도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다』며 수화로 말을 한뒤 정씨를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근로자 모두가 눈시울을 붉히며 「힘을 합쳐 다시 일어서자」고 다짐했다.
정씨는 10월 바로크가구의 부도로 연쇄적으로 돌아온 1억여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고 한번도 연체한 일이 없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20일이나 늦게 지급해야 했다. 원자재 값은 날로 오르고 하청주문은 줄어 공장문을 열어놓는 것 자체가 손해였다. 24일 아침까지도 그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굳혔었다.
그러나 결단을 내리려 하니 믿고 따르는 청각장애인 19명의 얼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94년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고락을 함께 하면서 1백만원 내외의 월급으로 어렵사리 가정을 꾸려가는 이들이 실업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역시 초등학교 졸업이후 20년 넘게 경기 광주군, 인천 등지의 가구공장을 전전하며 「나무밥」을 먹어 장애인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공장문을 계속 열기로 한 것은 장애인의 성실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구장식물조각 분야에서 「신의 손」으로 불리는 정씨는 그래서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고용해 가구공장을 시작했다. 정씨는 어릴때 꿈인 「사장」이 된 지금도 대패와 드릴을 놓지 않고 근로자들과 손을 맞춰 일하고 있다.
수 많은 중소기업들이 쓰러져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판에 장애인 종업원들에게 후한 세밑선물을 한 정씨는 『훌륭한 장인들이 한마음으로 일하는 한 반드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인천=김정곤 기자>인천=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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