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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31일」 오늘을 넘겨라/“연말결산” 필사의 자금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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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31일」 오늘을 넘겨라/“연말결산” 필사의 자금확보전

입력
1997.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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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무역금융 불구 수요비하면 “새발의 피”/금융권­BIS비율 가까스로 달성 한고비 지나「31일을 넘겨라」

연말고비를 넘기려는 금융권과 기업들의 필사적 자금확보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비상으로 시작된 금융경색은 연말결산일을 맞아 금융권과 기업, 원화와 외화시장을 무차별 강타하고 있다.

정부는 30일 은행장 회의를 두차례나 열어 은행권에 기업자금 공급재개를 독려했지만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은행권 은행들의 연말목표는 자기자본비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 30일 환율 널뛰기에 은행들은 피마르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자기자본비율 산정에 관건이 되는 이날 시장평균환율(31일 기준환율)이 달러당 1천4백15원에서 결정됨에 따라 「1달러=1천5백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에 상당한 숨통이 트이게 됐다. 환율이 1백원 낮아지면 자기자본비율은 0.3∼1%포인트까지 높아진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달러당 1천2백20원의 「저환율」로 시작됐으나 31일 외채결제자금이 부족한 일부 금융기관과 기업 결제수요가 몰리면서 하오 한때 1천7백원까지 급등, 자기자본비율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1천2백원대에서 은행간 대량거래가 이뤄진데다 막판 당국의 개입으로 31일 기준환율은 비교적 낮게 결정될 수 있었다. 이로써 극소수 은행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은행이 자기자본비율을 8% 달성할수 있게 됐다.

◆기업 기업자금사정은 현재 최악이다. 당장 31일 만기도래하는 대기업 전환사채(CB)는 최대 1조3천억원에 달한다. 신규대출이 중단된 가운데 얼마나 상환할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24일 정부의 후순위채 매입으로 은행권에 30조원의 신규대출여력이 생겼다지만 BIS 자기자본비율을 0.1%포인트라도 높여야하는 은행들로선 대출에 관심이 없다.

30일 은행장들이 수출환어음 매입을 결의했고 일부 은행들은 31일부터 자기자본비율 여력 범위내에서 무역금융을 재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기업 전체 자금수요에 비하면 「새발의 피」수준이다. 정부는 대출을 잘해주는 은행은 내년 1월 2조원의 후순위채매입시 혜택을 줄 계획이나 한 은행 관계자는 『그것은 내년 1월의 문제이지 당장의 관심은 BIS』라고 말했다.

연말고비를 넘기려는 기업들의 자금확보노력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 현대 LG 대우등 4대 초대형재벌은 장기채권을 통해서라도 운영자금을 마련키 위해 금주 2조4천억원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29,30일의 소화율은 극히 부진했다. 31일 하루 발행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1조2천7백억원의 회사채 발행이 대기하고 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들은 30일 종금·증권사에서 기업어음(CP)을 연 37%에 할인, 유통수익률은 연 40%를 넘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금융기관이 사주기만 한다면 더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종금사 관계자는 『최근 블랙리스트가 사라졌다. 모든 기업이 잠재부도기업이기 때문에 굳이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어떻게든 대형연쇄부도는 막아야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요구를 무시할수 없는 은행들은 기업지원의 「시늉」정도는 낼 것이다. 기업들로선 부도는 아니지만 부도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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