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고영씨옷은 사입은적 없이 항상 얻어입고 음식쓰레기는 모두 퇴비로 활용/길동 원명희씨과자봉투 손톱만큼 꽁꽁접어 버리고 커피물 끓일때는 잔으로 물의 양 조절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주부 고영(37)씨 집은 쓰레기봉투를 한달동안 10ℓ짜리를 딱 한장 쓴다. 고씨네 집 식구가 모두 7명, 그중 5명이 성인인데도 그렇다. 시아버지(69) 친정동생(34) 시누이(33)와 같이 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시대가 닥치면서 집집마다 내핍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고씨 집은 『늘 아끼고 살아서 더 아낄 것이 없다』고 할 정도이다.
고씨는 옷을 사입어본적이 없다. 주위에서 얻는다. 심지어 재활용함을 뒤져서 헌옷과 가방 같은 것을 가져온 적도 많다. 『창피해요』라고 맏딸 박소현(9)양은 말하지만 자신도 이웃과 친지들의 옷을 얻어입는 것을 괘념치 않는다. 헌옷이라도 새옷처럼 말짱하고 예쁘다. 『글쎄, 이렇게 멀쩡한 것을 버리는 사람이 이상하지 그걸 주워다 쓰는 내가 이상하냐』고 고씨는 반문한다.
고씨 집에서 나가는 쓰레기는 화장실에서 나온 휴지와 아이들 과자봉투 정도가 전부다. 시장은 장바구니를 들고다니고 어쩌다 생기는 비닐봉투도 깨끗이 닦고 말려서 시장상인들에게 돌려준다. 생선을 담아 냄새나는 것만 쓰레기통행이다.
가장 큰 비결은 음식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데 있다. 고씨는 마당에 커다란 고무통을 2개 묻었다. 이것이 바로 음식쓰레기 퇴비통. 아래는 구멍을 뚫어 습기가 빠지도록 했다. 음식쓰레기가 생길때마다 곧바로 여기에 넣고 흙을 한삽 퍼붓는다. 그러면 흙속의 미생물이 음식을 자연발효시킨다.
한통이 꽉 차면 뚜껑을 닫아 두고 다른 통에 넣는다. 다른 통이 찬후 먼저의 통을 열어보면 이미 음식은 다 삭아 있다. 이것을 꺼내 마당에 뿌리면 양질의 퇴비. 다시 통을 바꿔 음식쓰레기를 버린다.
고씨는 『발효제를 돈주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흙만한 발효제가 없다』며 『아파트에서도 고인 물만 처리할 수 있으면 대형 고무통으로 할만하다』고 권한다. 벌써 2년째 경험자의 말이다.
서울 강동구 길동의 주부 원명희(36)씨는 같은 쓰레기도 부피를 더 줄여서 내보내는 기술자. 쓰레기를 줄이려고 딸(8세)과 「비닐봉투접기 놀이」를 즐긴다. 음식쓰레기를 제외하면 쓰레기 중에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비닐류. 특히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스낵과자봉투는 그냥 버리면 공기가 차서 쓰레기 양을 불린다. 원씨는 이것을 딸과 함께 꽁꽁 접은 뒤 스태플러로 찍어준다. 『손톱크기만큼 준다』고 원씨는 일러준다.
가끔 오븐에 케이크도 굽는 원씨지만 오븐용 내열그릇은 사본 적 없다. 전자레인지에 있는 유리판을 꺼내 쓴다. 『집안을 살펴보면 겸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고 원씨는 설명한다.
또 차를 탈때면 필요한 만큼만 커피잔으로 물을 재서 끓여 쓸데없이 연료를 더 쓰지 않는다. 그래도 남는 물은 보온병에 넣어두고 두고두고 뜨겁게 먹는다.
알뜰주부들의 특징은 재활용의 도사. 원씨는 골판지 과일상자에 질긴 시트지를 붙이고 철물점에서 산 바퀴를 달아 장난감상자를 만들었다. 원씨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실천하는데서 알뜰살림은 시작된다』고 들려준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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