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드러난 344억불 대부분 단기성… 상환압박 우려정부는 30일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이 다른 나라에 갚아야 할 부채가 낱낱이 적힌 「외채장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최근 증폭되고 있는 국제금융계의 우리 외채규모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공인한 우리나라 외채내역을 국제사회에 「공시」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계 각국이 사용하고 있는 세계은행(IBRD)집계방식에 따른 외채규모만 발표했으나 국제금융계에서 『집계되지 않은 실질적인 외채까지 포함하면 외채규모는 2배규모인 2천5백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이때문에 우리나라와 국내금융기관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추락, 급기야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 채권의 신인도를 정크본드(투기대상 채권)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자 아예 집계 가능한 외채항목을 모두 공개키로 한 것이다.
이번에 추가공개된 외채항목은 국내 금융기관 본점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 해외 기업등에 대출한 역외금융 1백89억달러, 국내 금융기관 해외점포의 차입금 1백55억달러등 모두 3백44억달러(20일현재)이다. IMF는 해외점포가 갚지 못하면 결국 국내 금융기관 본점이 갚아야 하는 부채이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한국에 상환부담이 있는 채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실질외채 개념은 앞으로 우리 정부와 IMF의 모든 문서에서 사용되며 스탠리 피셔 IMF수석부총재가 30일 뉴욕에서 개최된 주요 채권은행들과의 회의에서부터 이 기준으로 산출된 외채를 공식 사용한다.
재경원은 새 외채통계방식에 따라 총외채 규모가 순식간에 3백44억달러 늘어났지만 추가된 외채가 모두 대외자산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순외채는 IBRD 방식에 의한 5백55억달러와 변함이 없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운용하는 자산중 일부가 부실채권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그만큼 순외채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에 새로운 빚으로 추가된 국내 금융기관의 역외금융및 해외점포 차입금이 대부분 만기 1년미만의 단기성 외채로 나타나 앞으로 1년이내에 외채상환압박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역외금융과 해외점포 차입금에 따른 외채 순증분 3백44억달러 가운데 1년 이상의 장기자금은 99억달러인 반면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은 2백45억달러로 71.2%에 달했다.
소문대로 해외점포들이 무분별하게 단기채무를 빌려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미스매칭(Miss Matching·기간불일치)으로 외채구조를 악화시킨 것이 입증된 셈이다.
정부는 특히 이번 외채통계에 국내 기업의 해외지점과 현지법인의 채무(현지금융)를 포함시키지 않아 우리의 실질적인 외채규모에 대한 국제금융계의 의구심을 완전 해소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이번 외채통계에서 국내 금융기관끼리의 차입금등 중복계산분 4백억달러가 드러났고 IMF와의 합의에 따라 금융기관 해외점포의 예수금 1백억달러도 제외시켰다.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금융도 비록 IMF와 합의해 제외시키긴 했으나 그 규모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