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무정보 장악 “파워기구”/재경원한은과 삼각체제 구축금융개혁법안이 29일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내년 4월부터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가 공식 출범, 금융정책에 일대 변화가 전개될 전망이다.
금감위의 탄생으로 앞으로 재정경제원은 금융기관의 설립 인·허가 및 법률 재·개정등 거시금융정책만을 담당하고 한국은행은 은행감독원을 내주는 대신 정부와 독립적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하게 된다. 은행 증권 보험 종합금융 상호신용금고 등 모든 금융기관의 업무감독은 금감위의 몫이다. 그동안 재경원과 한은 등 관계기관간 업무중첩으로 책임소재가 불분명했던 금융정책이 명확한 삼각체제로 운영되는 셈이다. 과거 대형 금융사고에서 재경원과 한은, 각 감독기관이 보여준 책임떠넘기기 모습은 재연되기 어렵다. 중복검사의 폐해도 개선될 전망이다.
막판까지 소속문제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금감위는 산하의 은행 증권 보험 등 3개 감독원이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되는 99년중에야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출범과 동시에 협의체 성격이지만 각 감독원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의 최고기구가 된다.
금감위의 등장은 분산된 감독권의 산술적인 통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금감위는 통합감독으로 기업등의 재무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데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작업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권력기구로 부상할 여지가 많은 것이다. 금감위 문제가 한은법 개정과 함께 이번 금융개혁의 핵심으로 불리며 금융계는 물론 재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재검토지시로 금감위가 당초 재경원에서 국무총리실 산하기구로 결론이 난 것은 「권력도구화」를 막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위의 출범으로 부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위는 부실금융기관에 대해 증자 감자 임원의 직무집행정지 합병 영업양도 제3자인수 등의 경영개선명령은 물론 이들에 대한 정부(예금보험공사 포함) 출자를 요청할 수 있다. 또 부실이 예상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보유자산의 처분, 점포·조직의 축소, 고위험자산의 취득금지 등 사전시정장치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개혁 장치의 성공여부는 운영방식에 달려 있다. 금감위가 비대한 재경원에서 벗어나 총리실 밑에 놓이게 됐지만 정치적인 간섭을 받을 소지가 있고, 재경원 한은 등과의 긴밀한 협조없이는 삼각체제 자체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한은은 이와관련, 금감위 위원 9명중 7명이 정부 또는 정부추천인사여서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또 한나라당은 재경원이 금융기관 설립 인·허가권을 갖고 금감위가 금융감독업무를 수행하므로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재경원 산하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막판까지 굽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감위의 역할과 위상문제는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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