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리처드 닉슨대통령은 취임 후 백악관 보좌진 숫자를 전임인 린든 B 존슨대통령 때보다 100여명 늘렸다. 존 F 케네디대통령이 암살당해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존슨이 10여명 늘린 것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루었다.닉슨이 왜 갑자기 백악관 참모수를 크게 증가시켰는가. 미국의 정치학자들은 강력한 보수주의자로 공화당 출신인 닉슨이 케네디와 존슨의 민주당 시대를 거친 공무원들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닉슨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자유주의적 편견에 빠진 공무원들이 자신의 보수주의적 정책을 사보타주하는 것을 감시·통제하기 위해 백악관 참모를 최대한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여·야 정권교체가 보편화한 곳. 그런데도 정권교체에 따른 변화의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이다.
25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이 직접 총리와 장관을 상대해 국정을 챙기기 위해서 청와대 비서진의 규모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상 선거를 통한 첫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시점에서의 청와대 규모가 무조건 줄어드는 것이 적절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혀 정권교체를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 공무원들이 다음 정부의 이념과 철학에 따라 추진될 조직개편과 각종 정책 내용에 얼마나 동의하고 협조할 것인가. 지역성 등 연고주의가 뿌리 깊은 공직사회가 다음 정부의 통제에 흔쾌히 순응할 것인지를 김당선자는 심각히 따져봐야 한다. 현 정부의 개혁사정에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으로 완강히 저항했던 점도 상기해야 한다.
대통령제의 모델인 미국에서도 백악관의 규모와 기능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으나 보좌진의 숫자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대통령이 행정부를 신뢰하지 않아 정책결정등을 믿을 수 있는 백악관 참모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김당선자도 첫 정권교체기의 행정부를 효율적이고 무리없이 통할·감독하기 위한, 자신의 가장 믿을만한 기구로서 청와대의 크기와 역할을 새롭게 구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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