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만기 2조5천억이나 몰려/CP만기 내년 2월엔 재벌도 위기금융권의 대출창구가 사실상 막힘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난이 연말이 되면서 사상 최악의 고비를 맞고 있다. 정부가 은행에 대해 기업대출을 독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을 사실상 동결, 기업들은 하루하루 숨막히는 자금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른 극도의 통화긴축과 연 30%를 웃도는 고금리, 은행들의 대출중지 등에 따라 기업들이 해를 못넘기고 무더기로 쓰러지는 「연말 부도 대란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은행 대출창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회사채 만기상환분이 2조5천억원이나 몰리는 31일에는 상당수의 상장회사가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한꺼번에 쓰러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은행과 종금사들이 「2개월간 기업여신 회수 자제」방침을 발표했지만 이달에도 서울지역에서만 하루평균 45개 업체가 부도를 내는 등 부도업체수가 전달에 비해 2배에 이르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기업자금난의 최대 요인은 은행들의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 은행들이 사활이 걸린 자기자본비율 8%를 연말 결산일(12월31일)까지 맞추기 위해 신규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대재벌에 대해서도 대출을 계속 환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사정이 비교적 튼튼했던 모 전자회사 관계자는 『연말들어 매일 당좌해지통보가 날아오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며 『BIS 자기자본비율 8%에 목숨이 달린 은행들이 정부의 대출 독려에 신경 쓸 겨를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따라 삼성 현대 대우 LG 등 초대형 재벌들은 29∼31일중 무려 2조4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나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그룹의 우량계열사들도 지난달말∼이달초 연 20%를 넘는 높은 금리를 내세우고도 회사채 발행에 잇따라 실패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재벌 그룹은 이에따라 연말 급여와 상여금 삭감 및 지급연기 등의 조치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확보, 급한 불 끄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무역업계 역시 은행들의 수출입환어음 매입 및 신용장(L/C)개설 중단으로 하루하루 숨막히는 위기를 겪고 있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정부의 후순위채권매입이 이뤄졌다는 얘기를 듣고 은행에 문의했으나 연말까지 개설할 수 없다는 냉담한 답변만 들었다』며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L/C개설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들어 기업들이 연 30% 금리에도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자 사채시장의 금리는 연 60%까지 치솟았다. 특히 융통어음의 경우 초우량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의 어음은 월 5% 이상을 불러도 전혀 할인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번 연말보다 내년 3월이 더 고비라는 점이다. 환율불안과 통화긴축이 돈줄을 죄는 가운데 은행들은 IMF요구에 따라 내년 3월31일 기준으로 BIS 자기자본비율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해 대출 경색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2월중에는 기업들이 지난달부터 연말자금 확보를 위해 대거 발행한 기업어음의 상환만기가 집중된다. 「산 넘어 산」인 셈이다. 때문에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재벌그룹까지도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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