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10월 78세의 노교수(박희선박사)가 에베레스트 준령 6,600m 높이의 멜라봉 등정을 셀파 한 명과 함께 성공한 적이 있다. 세계의 기네스북에 오른 그 분은 참선의 달인으로 여러차례 내가 근무했던 직장에 모시어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잘은 모르지만 보통 사람은 1분에 15번 정도의 호흡을 하지만 참선에 들어가면 1분에 1, 2번 정도로 충분하며 그 때 뇌에서는 가장 중요한 알파파의 뇌파가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6,000m의 고공은 공기가 희박해서 보통사람은 산소통을 지녀야 하지만 그 분은 산소통없이 등정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분은 안경을 안쓰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 분의 노화도는 아직 30∼40대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한다.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된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는 지금까지도 창조를 외치며 어느 TV광고에 나와서 불퇴전의 기상을 과시하고 있는 것을 본다. 이런 분을 두고 우리는 청년정신이 충만한 늙은 젊은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나이가 젊어도 쉽게 좌절하고 쉽게 포기하고 타협하고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을 모르고 무언가 도전하겠다는 의욕을 상실한 젊은이를 우리는 청년으로 볼 수 없다.
이런 분들에 비하면 참으로 낯간지러운 것이지만 나는 지난 여름 나름대로 청년정신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청년정신은 뭐니뭐니해도 용기와 희생을 갖고 도전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우리 회사는 기간통신사업자로 선정되어 근 1년간 전국에 걸쳐 모든 직원이 통신망구축에 밤낮을 잊고 일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외치고 무엇을 강조해야 우리 직원들이 사기가 충천하고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정진할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젊은이가 늙은이의 행동을 했다면 웃음거리가 되지만 늙은이가 젊은이만이 할 수 있는 용기에 도전한다면 그 나름의 청년정신의 발휘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평생 처음 해보는 번지점프에 도전한 것이다.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나는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가혹한 경쟁에서 불퇴전의 결의를 다지자는 뜻에서 고공에서 몸을 던져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큰 뉴스거리가 되어 방송과 여러 일간지에 게재될 정도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그것이 금년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했다.
처음엔 번지점프를 하겠다고 하니까 내 나이(63세)와 건강을 염려해서인지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나중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얘기를 꺼내고 우리 경쟁사 사장은 「삼국지의 황충의 기개를 보는 듯하다」고 축전을 보내왔고 어떤 이벤트 회사에서는 VIP로 모셔 이벤트행사를 하고 싶다고 요청을 했고 어떤 단체에서는 시범을 보여줄 수 없느냐고 물어왔다. 지난번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는 정보통신포럼에 통신사업자로 참가했을때 사회자가 한솔PCS 사장으로 소개하니 덤덤하더니 번지점프를 한 사장이라고 소개하니까 여기저기서 질문이 터져나오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어떤 기자는 사장이 몸을 던졌다는 것은 참 훌륭했다고, 그러나 혹 잘못되었더라도 그것은 가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여간 예상밖의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왜 보잘것 없는 그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인가? 우리 사회는 너무도 거품에 휩싸여 있다. 선진국 문턱에도 못미치는 자질을 갖고 이미 선진국에 들어간 것처럼 국민 모두는 잘못된 생각에 젖어있다. 과거의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헝그리 정신도 어느덧 가물가물해졌다. 여기에 긴박감이나 위기감을 갖고 뛰기보다는 말만 앞세우고 도전보다는 안주하려는 오늘의 세태에서 신선한 메시지로 전해진 것이리라.
우리는 하루아침에 버블이 깨지고 이제 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온 국민이 새로운 각오와 비장한 결의를 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정신으로 하지 않으면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마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본다. 이제 청년정신으로 창조에 도전하는 용기와 불의를 배격하는 새로운 정신 혁명으로 다시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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