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상실로 더 이상 회생가능성 없다” 금융·산업계 충격파/정업 1개월연장 검토불구 제3자인수 실패땐 청산 불가피「부도난 금융기관은 외부의 획기적인 도움이 없으면 공중분해될 수 밖에 없다」
동서증권과 고려증권의 법정관리신청 기각이 금융권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법원이 금융기관 초유의 법정관리신청을 「신용 실추」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 가능성이 없어졌다. 따라서 두 증권사는 앞으로 제3자인수에 실패할 경우 공중분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법원이 이번 결정은 향후의 부실기업 처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금융계와 업계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금융기관은 법정관리 불가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는 26일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이 부도처리된 후 법원에 낸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 및 보전처분 신청을 『회생 가능성이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용과 신뢰성을 영업의 주요 원천으로 하는 금융기관의 속성상 이미 부도처리돼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부실금융기관은 회사정리 절차를 통하더라도 갱생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의 부도는 신용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체회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제3자인수 가능성
두 증권사는 그러나 최소한의 생존가능성은 남겨놓고 있다. 증권감독원은 두 증권사의 고객재산반환 등의 잔무처리를 위해 영업정지기간을 1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경우 고려와 동서증권은 각각 내년 2월5일과 2월12일까지 「구세주」를 찾을 수 있는 시간여유를 갖게 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에 따른 정리해고의 입법화가 추진되고 있고, 일부 외국계 증권사와 은행권에서 『파격적인 조건이라면 인수할 수 있다』는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3인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증권사가 부채를 제외하면 사실상 「인적 자원」만 남게 되고 증시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제3자인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중분해 여부
제3자인수 실패는 곧 공중분해를 의미한다. 두 증권사는 장부상으로는 9월말까지 채무초과상태는 아니었지만, 그 이후 영업손실이 급증하고 금융권에서 빌려온 콜자금이 수천억원대에 이르러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 업체는 법원이 진행하는 파산절차에 따라 회사를 청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감독원 관계자는 『두 증권사가 그동안 보유부동산 매각, 점포정리, 임직원 감원등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세워 추진해 왔으나 영업을 정상화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업정지기간이 연장되더라도 그 기간이 끝나면 재정경제원이 즉각 인가취소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은 인가취소를 당하면 공중분해돼 회사의 실체가 자취를 감출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관련절차를 거쳐 직원들의 3개월분 임금, 3년치 퇴직금과 국세및 지방세 체납분 등을 우선 지급한 뒤, 남은 자산은 채무액수에 따라 균등분배하게 돼 주주들의 몫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부실금융기관은 두 증권사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제2의 금융기관부도 파문이 일기 전에 혁신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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