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신데…” 권 부장 첫인사에 김 당선자 미소만/25분간 독대 눈길 “안심하고 사기잃지말라” 당부『바쁘신데 저희까지 불러서 보고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안기부장)
『…(미소)』(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26일 하오 국회의사당 국민회의 총재실에서 안기부의 업무보고를 위해 마주한 김당선자와 권영해 안기부장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안기부가 마련한 20여쪽 분량의 「비밀보고(2급)」라고 쓰여진 서류가 놓여있었다. 적대관계에서 상하관계로 변한 김당선자나 권부장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당선자는 권부장의 인사에 뒤이어 안기부의 직제·인사문제부터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어 비공개로 1시간여 가까이 진행된 보고에서 안기부는 주로 북한동향을 소개했다. 김당선자는 북·미, 북·일관계와 북한진출 우리 경제인들의 상황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 보고는 사실상 토론으로 진행됐다고 배석했던 천용택 의원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당선자는 안기부의 개혁방향으로 크게 세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는 안기부가 정치관여 행위를 한다면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랜 야당생활기간에 겪은 「경험칙」이 바탕에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다음으로 김당선자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안기부가 해외통상경제정보 수집쪽으로 능력을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당선자는 그러나 이같은 개혁과정에서 안기부내 전문 요원들의 신분상 안정성은 반드시 보장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당선자는 『우리 당이 과거에 안기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김당선자는 그러나 『국가안보상황을 고려하면 안기부의 기능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사기를 잃지 말고 안심하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권부장은 『통치권자의 보좌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천의원이 전했다.
김당선자는 1시간여의 보고가 끝난뒤 권부장의 요청으로 배석자없이 25분정도 첫 안기부장과의 「독대」를 가져 주목받았으나 대화내용은 일절 알려지지 않았다. 권부장은 참모들과 10여분간 밀담을 나눈뒤 기자들과 만나 『김당선자가 안보상황에 관심이 커 질문을 많이 해 소상하게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권부장은 안기부내의 문서파기설에 대해 『그런 것은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며 『나도 신문을 보고 알았는데 확인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권부장은 이어 오익제 서신사건등 국민회의 관련 현안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전혀 거론되지 않았고 김당선자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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