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기업인·예술가 등 서울서만 110여건 담당「의사 건축사 교수에게 재판을 받는다?」
재판 하면 엄숙한 법정과 법복을 입은 판사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최근 그같은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분쟁당사자의 합의 유도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법원이 위촉한 조정위원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1백60명의 조정위원이 위촉돼있는 서울지법 본원의 경우 올들어 11월까지 이뤄진 6백여건의 조정사건중 18%에 해당하는 1백10여건을 조정위원들이 맡았다. 조정위원은 언론인 의사 기업인 변호사 교수 건축사 예술가 등 사회 각층이 망라돼 있다.
조정위원들의 성과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버지가 남긴 10평 남짓한 상점의 상속권을 둘러싼 이복형제간의 소송사건을 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법원은 이들의 유산다툼이 감정적인 측면이 강하고 상속지분대로 분할할 경우 누구에게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 조정위원들에게 사건을 넘겼다. 공인회계사 감정평가사 변호사로 구성된 3명의 조정위원은 손익계산, 상점의 가치평가, 법률적 조언 등 역할 분담을 통해 장남이 상점 소유권을 계속 갖되 이복형제들에게 상속지분에 상당한 액수인 3천8백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합의 유도로 장남은 상점을 그대로 소유하게 됐고 이복형제들은 현금을 손에 쥐었다.
서울지법 황덕남 판사는 『귤을 놓고 먹으려는 사람과 케이크의 장식으로 사용하려는 사람이 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판결은 어느 일방에게 귤을 넘겨주지만 조정은 알맹이와 껍질을 분리해 나눠주는 합리적인 방안을 택한다』며 『전문직에 종사하는 일반 시민들이 재판을 하기 때문에 소송당사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양자가 납득할 수 있는 타결점을 찾아낼 수 있는등 많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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