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준 상받아 더욱 기뻐요”/“작년 겨우내 작곡에만 몰두/수상작 ‘알타이의 제전’ 완성/현대감각에 맞는 우리 리듬/세계인과 공감위한 작업 필요”올해 제5회 안익태작곡상 대상에 뽑힌 임준희(38)씨는 『국민 모금으로 제정된 뜻깊은 상을 받게 돼 더욱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 「알타이의 제전」은 21세기를 열어갈 아시아 민족의 저력을 표현한 13∼14분의 관현악곡. 우리의 전통적 12박 리듬을 뼈대로 박진감 넘치게 전개, 심사위원들로 부터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구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통상 4대를 쓰는 팀파니를 7대로 늘리고 15종의 타악기를 사용, 4명의 타악기 주자를 위한 협주곡 형식을 취하고 있다. 12박을 한 마디에서 여럿으로 쪼개기도 하고 여러 마디에 펼치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해체·변용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나름대로 정신없이 몰두해서 완성한 곡입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열정을 쏟아부었지요. 지난 겨울 미국서 대학 기숙사에 틀어박혀 두세달간 집중적으로 작곡했고 귀국 비행기 안에서도 14시간 동안 쉬지않고 썼습니다. 작곡하느라 1주일간 방문 밖으로 나오지 않아 후배들이 먹을 것을 사다 넣어준 적도 있으니까요』
임씨는 연세대 작곡과 졸업 후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올 3월 귀국, 연세대에 출강하고 있다.
임씨는 리듬에 특히 관심이 많다. 리듬 감각이 탁월했던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바르토크가 작곡기법 면에서 그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전통리듬은 현대 감각에 오히려 잘 맞아요. 조상에게 물려받은 이 귀한 음악적 유산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게 서양악기와 현대적 어법으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곡은 머리 속 소리의 이미지를 건축물처럼 쌓아가는 종합예술」이라는 임씨. 주로 한밤중이나 새벽 2∼3시경 곡을 쓰는데, 악상이 떠오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받아쓴다」. 요새는 3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곡과 2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곡을 위촉받아 작곡하고 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서울음악제, 아시아현대음악제, 여성작곡가회 작품발표회, 폴란드 모자이크 현대음악제, 미국 중서부 작곡가 심포지엄 등 국내외 여러 행사에서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해왔다. 제5회 안익태작곡상 시상식은 98년 1월16일 하오 3시 한국일보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심사경위/9편 출품,대상·가작 1점차
올해 출품작은 9편이었다. 12일 1차 심사에서 작품별로 ○×로 당락을 표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김주풍(39)씨의 「기의 예찬」, 박은하(27)씨의 「홍익인간」, 임준희(38)씨의 「알타이의 제전」3편이 뽑혔다. 이 세 편을 놓고 17일 2차 심사에서 각각 등위를 매긴 결과 순위 합산에서 임준희의 작품이 대상, 박은하의 작품이 가작에 선정됐다.
대상과 가작의 총점 차는 단 1점이었다. 안익태작곡상은 대상 1편 외에 필요하면 가작 1편을 선정하는데, 올해(5회)와 지난해(4회) 연속으로 대상과 가작이 나란히 1편씩 나왔다. 2회는 대상 없이 가작만, 1회 3회 때는 대상만 1편씩 나왔다. 심사위원으로는 나인용(연세대 음대교수), 윤해중(경희대 음대교수), 이영조(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정회갑(서울대 명예교수), 이영자(한국음악협회 부회장)씨가 수고했다.
◎심사평/음향적효과 노린 작품많아
제5회를 맞은 안익태작곡상의 응모작품들이 질적으로 종전보다 더욱 향상된 사실에 반가움을 느낀다. 그동안 해를 거듭할 때마다 질적인 향상을 보여왔던터이나 이번의 몇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우수하여 심사위원들은 성적차를 내는 데 고민할 정도였다.
음악적으로 안정되고 자기 소리에 대한 확신과 책임질 수 있는 음향적 효과를 노린 작품이 많이 출품되었다. 구성역에서 미비점이 있으나 음향 설정에 있어서 여유있는 여백, 그리고 확고한 주제의식이 돋보였다. 흠이라면 관현악 수법이 좋기는 하나 작곡기법상의 다양성을 꾀하다보니 음악성이 등한시된 아쉬움이 있다. 이제 안익태작곡상은 우리나라 작곡계에 확고한 방향을 제시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정회갑 심사위원장>정회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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