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소식으로 점철된 크리스마스에 대북지원을 위해 베이징(북경)에서 만났던 남북적십자 대표단이 불신의 골만 깊이한 채 항공편으로, 열차로 각각 돌아갔다.북측 수석대표인 최경린 서기장은 한국측의 강한 투명성 보장요구에 긍정적 대답은 미룬 채 『믿고 주었으면 믿어야지』라면서 불만을 토로했고 한적 대표들은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지정기탁제 이행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이상의 지원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했다.
지난 7월 4년9개월만에 접촉이 재개될 때의 취재수첩에는 「반목과 대결」에서 「화합과 교류」국면으로의 전환 실마리 등 장밋빛 용어가 적혀있는데 5개월 동안의 접촉이 남북관계에 긍적적인 영향을 미친 흔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단지 극심한 식량난을 겪은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 국민들이 모아서 보내 준 식량이 굶주림을 다소 해소해 줬다는데 위안이 생긴다
한적대표 4명은 21일 베이징에 와 중국에서 제일 좋다는 5성급 차이나 월드 호텔의 방4개와 회의장을 빌려쓰면서 4박5일간 2시간 가량씩의 3차례 공식회담, 실무접촉을 가졌다. 벼랑끝에 선 달러위기를 감안할 때 이런 호화판 낭비적 회담을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일본은 북일 국교회담을 할 때 양측 대사관을 왕래하며 밤을 새워 회담을 했다. 비싼 항공료, 호텔 등을 쓰면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면 무엇 때문에 만나는가. 앞으로는 판문점이나 한반도 내에서 회담을 해야된다.
회담장에는 대부분 일본기자들이지만 외신기자들이 취재에 나왔다. 한 서방기자는 『한국이 외환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번에 북측을 지원하게 될 경우 국민들의 동포애인가 아니면 약속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일본 지지(시사)통신기자는 『남북적 회담은 일본의 안보 정치문제와 맞물려 중요하다』면서도 호화판이고 낭비적 회담을 진행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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