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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아 통화위기 ‘안전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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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아 통화위기 ‘안전지대’

입력
1997.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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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 878억불에 외채 단 1억불/과잉투자 없고 악성부채 4% 밑돌아대만 경제가 아시아 통화위기 와중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이 금융난이라는 「악성독감」에 걸려 뇌사상태에 빠진 것과 달리 대만은 여전히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대만 경제의 건전함은 외환보유고와 외채 규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이 9월 현재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1,196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반면 대만의 외채는 1억달러에 불과하다. 외환보유고는 8월 현재 878억달러에 달해, 한국 정부에 언제든 거액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상수지도 8월 현재 100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제의 기초가 그야말로 튼튼하다. 이처럼 대만은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아시아 각국에는 부러운 존재로 비치고 있다.

대만은 또 과도한 투자와 연고주의 부정부패 경쟁의 부재등 이른바 「아시아적 자본주의」의 폐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우선 대만은 금융권의 악성부채 비율이 4%를 밑돈다. 우리나라 금융권이 악성부채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야당과 언론의 감독·견제기능이 강화했기 때문에 악성부채 비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만에서는 각국의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 기회에 연줄에 따라 대출이 좌우되는 이른바 「연줄(Cronyism)」자본주의를 추방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만은 중소기업의 천국이라는 구조적 이점도 안고 있다. 대만 중소기업은 전체기업의 93%, 취업인구의 80%를 차지, 국가의 부가 고르게 안배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계류와 컴퓨터등에 집중 투자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과잉·중복투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동남아 각국을 휩쓸었던 부동산 투기의 거품 열기도 대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국 투자가들은 이 때문에 대만을 안전지대(Safe Haven)로 믿고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한 투자가는 『이제 대만은 동방의 스위스가 됐다』고 단언했다.

물론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만은 올들어 달러화에 대한 대만 달러화의 가치가 17% 하락하는 등 아시아 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또 통화위기가 홍콩과 중국까지 파급될 경우 대만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대만의 한 관리는 이에 대해 『한국등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를 면밀히 관찰하며 교훈을 되새기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러나 이들 나라와는 정말 다르다』고 강조했다.<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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