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언가슴 녹이는 발라드의 속삭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언가슴 녹이는 발라드의 속삭임

입력
1997.12.26 00:00
0 0

◎IMF 한파속 가요계도 우울한 마음 달래듯 잔잔한 발라드곡 강세/이정봉·이현우·양희은 등 음반판매·인기 상위권춥다.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영점을 오르내리지만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IMF 체제」가 어느 겨울보다 어깨를 움츠리게 만든다.

이럴 때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듣고 싶어할까. 모든 것을 잊고 흔들어댈 수 있는 댄스? 현실의 불만을 날려버릴 강력한 록? 그도 아니면 심금을 울려주는 트로트? 아니다. 적어도 한국적 상황에서 그 답은 발라드다.

요즘 가요계는 확실히 발라드가 강세다. 터보의 「굿바이 예스터데이」와 젝스 키스의 「기사도」 등 몇몇 댄스 곡을 제외하면 각종 차트 상위권에는 발라드가 절반 이상이다.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을 필두로 토이의 「바램」, 유리상자의 「순애보」, 이정봉의 「그녀를 위해」 등. 김경호의 록 발라드 「금지된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심지어 이번주 뮤직박스 가요차트에는 발표된 지 6년이 넘은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20위에 올라 있다.

음반 판매도 마찬가지. 발라드 음반 중에서도 이른바 「대박」이 나오고 하반기 들어 전반적인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정봉의 음반은 24만장을 넘어섰고 이현우는 18만장, 토이는 16만장을 기록 중이다. 정규음반은 아니지만 이승환의 베스트 음반 「발라드」와 유재하 추모음반도 30만장을 넘어섰다. 타워 레코드 김은형씨는 『특히 IMF 구제금융발표 이후 발라드 음반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한다.

가요계의 흐름을 주도할 신곡들도 발라드가 주를 이룬다. 「여름은 댄스, 겨울은 발라드」라는 가요계의 상투적인 유행구조를 감안하더라도 예년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IMF 체제」하의 경기침체로 청소년들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수년간 계속된 댄스의 「독재」가 무너지고 성인 취향의 발라드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또하나, 전에 없이 헌신적이고 애절한 노랫말도 두드러진다. 사랑의 달콤함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노래하기 보다는 한없는 기다림과 안타까움, 가슴 아픔이 대부분이다. 「나를 위한 연극이었다면 이젠 제발 그만해 줘 너없이 내가 살아갈 수 있겠니」(「순애보」). 사랑이라고 해도 미련 혹은 회한이 주는 씁쓸함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비발디의 「사계」중 겨울의 바이올린 테마를 샘플링한 「헤어진 다음날」처럼 현이나 피아노를 강조한 노래들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힘들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건 누군가와의 공감, 그 다음은 따뜻한 위로다. 이 「추운」 겨울, 사람들이 유난히 발라드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김지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