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만두의 푸짐한 바로 그맛/다진고기와 두부로 빚은 속과 만두피의 조화/실향민 향수달래는 이북 전통의 미각 자랑평양냉면, 평양만두, 빈대떡, 왕순대 그리고 쟁반국수와 초계탕 등은 평안도음식의 대명사들이다. 평양만두는 생김새처럼 모난 데 없이 넉넉하고 서민적이다. 마당에 묻어놓은 김장김치가 알맞게 익고 꿩사냥과 멧돼지사냥이 제철을 맞은 한겨울이 평양만두가 가장 입맛을 돋우는 계절이다.
서울 장충동 평양면옥은 평양 대동문 앞, 대동면옥집 며느리 변정숙(72)씨가 월남해 시아버지로부터 익힌 솜씨를 그대로 보여준다. 평양만두 역시 그 고유의 맛과 형태를 살려내고 있다.
「속 먹자고 만두 빚는다」는 평안도 속담처럼 만두 맛의 첫째는 속을 어떻게 넣는가에 달렸다. 속에 국물이 스며들거나 터지지 않고 맛을 그대로 지니도록 감싸주는 만두피 역시 중요하다. 평양만두의 진미는 속과 피, 국물의 조화가 잘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만두속은 두부와 숙주나물, 김치 다진 것, 꿩고기 또는 돼지고기와 쇠고기 다진 것, 그리고 이것을 비빌 때 들어가는 각종 양념이 기본이 된다. 가장 많이 들어가는 두부는 만두의 속맛을 결정한다. 평양면옥에서는 초당두부를 맞춰쓴다.
만두피를 만들 때도 정성을 많이 들인다. 밀가루 반죽을 여러번 해서 찰지게 만들어 푹 삶아도 좀처럼 터지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에 1,000여 개의 만두를 빚어 100여 그릇이 넘는 만두국이 나가지만 터져서 다시 건져내는 것은 불과 몇 개 안된다.
지금은 아들 김대성(53)씨가 대를 이어 운영하지만 만두가 한참 많이 나가는 시간에는 주방에서 변씨 할머니가 직접 나서서 일일이 확인한다. 만두 속에 갖은 양념을 하기 때문에 파, 마늘 등을 국물에 따로 얹지는 않는다. 삶아낸 양지머리와 사태살을 얇게 찢어 무쳐서 고명처럼 얹어 깔끔하면서 맛깔스럽다. 한 그릇에 만두 여섯개를 내놓는데 어른도 다 먹기 힘들 정도로 양이 푸짐해 넉넉한 평안도 인심을 그대로 실감하게 한다. 가격은 5,000원.
평양면옥의 고객은 대부분 이북이 고향인 실향민이다. 평양면옥에서는 이북 5도민들의 각종 모임이 열린다. 때론 실향민 2, 3세대들이 연로한 부모님들을 모시고와 향수를 달래기도 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들도 공항에 내려서 곧바로 달려와 10년전과 맛이 그대로라며 좋아한다고 한다. 포장도 해주는데 따로 담아주는 육수를 붓고 만두와 함께 끓여 그릇에 옮기면 같은 맛이 난다. (02)2677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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