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미술계에 ‘신선한 경적’/고종황제 어진·선전출품작 등 테마별 전시/미공개 작품까지 포함 근대미술 총망라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근대를 보는 눈」전(12월9일∼98년 3월10일)은 미술의 규모나 내용에 있어 국립현대미술관 개관이래 가장 의미있는 전시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유화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내년에는 한국화 부문으로 이어져 한국 근대미술을 총망라해볼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국립현대미술관의 역량을 유감없이 과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전시는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현대회화의 지지체가 되었던 근대를 되돌아 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비록 4년 전부터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새 관장 취임 후 첫 본격적인 기획전시로 앞으로 전개될 현대미술관의 운영방향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 전시는 서양화가인 보슈에 의해 그려진 고종황제의 어진이나 일제하 선전, 해방후의 국전 수상작 그리고 이른바 근대미술의 기수라 할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 등 당대의 명품과 미공개 작품 280여점을 한자리에 망라하여 우리의 암울했던 근대가 회화 속에서 어떻게 펼쳐졌는 지를 제시해 주고 있다. 따라서 개막과 함께 근대미술 관련 전문가를 비롯한 미술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럴만한 내용은 첫째 사립미술관이나 갤러리 차원에서는 예산이나 행정력 등의 어려움으로 엄두도 낼 수 없는 해외·개인의 소장품들이 함께 출품된 점, 둘째 「근대」와 「유화」라는 광범위한 소재를 테마별로 공간을 가르고 연계하여 시대별 파노라마를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체험토록 유도하고 있는 점, 셋째 그간 근대미술사 연구의 성과에만 머물러 있던 미공개된 작가와 작품들이 일반 공개된 점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의 작품은 일제와 6·25를 겪는 와중에 많은 작품이 망실되어 절대 숫자가 적고 현존하는 상태라 해도 보존상태가 열악하며 미술품을 공유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의식하는 풍토가 조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근대미술품의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작품 대여의 어려움이 가중되어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학예실의 노력이 돋보인다.
경제 한파 속에 깊은 잠에 빠진 우리 미술계에 경적을 울려줄 것으로 기대되는 「근대를 보는 눈」전은 미술계는 물론 우리 모두로 하여금 과천 나들이를 청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근대성(모더니즘)」이 검증되고 재조명되는 시점인 만큼 시대별, 장르별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내년 3월7일로 예정된 학술심포지엄 「한국 근대미술의 쟁점」이 선행된 후 전시가 이루어졌더라면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전문가들의 사전점검 후 관객들에게 공개하는 방식도 고려할만 했다.
전시 내용을 일반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연보판을 준비하였더라면 하는 점과 함께 기계적 시대접근에 머문 전시 연출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김영순 미술평론가·대유문화재단 관장>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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