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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나라 오대산에 살포시 쌓인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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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나라 오대산에 살포시 쌓인 겨울

입력
1997.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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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 눈길끄는 소금강지구/월정·상원사 보물깃든 오대산지구/눈덮인 나무들은 가지 내리고/시리게 찬 공기에 설경은 깊다겨울가뭄이 심하다. 얼어붙은 마음을 포근히 감싸줄 눈소식조차 감감하다. 올 크리스마스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영동산간지방은 지난 주말 내린 눈으로 눈풍년을 맞았다. 영동고속도로 제 2터널을 벗어나 장평­진부­속사­유천­횡계­대관령으로 이어지는 길 주변으로는 화려한 설경이 펼쳐진다. 영동고속도로 상진부IC에서 6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면 긴 겨울잠에 빠져든 설국, 아름다운 눈에 쌓인 오대산이 우리를 맞는다.

강원도 홍천 명주 평창 등 3개군에 걸친 오대산은 1,000m를 훌쩍 넘는 봉우리들이 무리진 태백산맥의 줄기지만 부드러운 둔덕을 연상시킬 정도로 산세가 험하지 않다. 눈덮인 오대산은 더욱 후덕한 모습이다.

오대산국립공원은 오대산 지구와 소금강 지구로 나뉜다. 비로봉 정상에서 북대 너머 청학산쪽 소금강 지구는 이름그대로 금강산에 견줄만한 기암괴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비로봉에서 평창쪽으로 내려오는 오대산 지구는 월정사와 상원사 등 국보급 문화재를 간직한 고찰이 자리하고 있다. 오대산은 대표적인 수림지대. 월정사에서 상원사 적멸보궁을 잇는 10㎞의 계곡에는 수백년 된 전나무, 소나무, 잡목이 우거져 있다. 월정사의 일주문에서 경내까지 이어지는 800m의 오솔길은 400년도 더 된 전나무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다. 검은 수피만으로도 오랜 연륜을 알 수 있는데 한가지에서 다른 가지 사이의 길이가 20m나 되는 거목도 있다. 나무 새에 서면 몸에 한기가 훅 끼쳐올 정도로 공기가 시리다. 얼굴이 얼얼하도록 시려도 보드득 보드득 소리를 내는 오솔길을 걷다 보면 추위를 잊는다.

월정사 경내의 적광전 앞마당에 자리한 팔각구층석탑도 소복이 눈을 이고 있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팔각구층석탑은 고구려 양식을 계승한 고려시대의 탑으로 국보 제48호. 석탑 앞에 놓인 석조보살좌상의 부드러운 미소는 눈에 덮여 잘 보이지 않지만 오대산의 부드러운 산세를 닮았다는 분위기만은 느낄 수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접어드는 전나무숲 한켠의 부도밭. 「쏴, 쏴」 거친 숨을 토해내며 전나무 숲을 지나는 바람소리는 마치 옛 조사들의 깨침의 소리처럼 경건히 우리 몸을 스친다. 비로봉 동남 기슭에 자리잡은 상원사는 월정사의 말사로 문수보살상을 모신 문수신앙의 중심지.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이곳에서 기도를 하던 중 문수보살을 만나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절 중앙의 청량선원에는 문수동자상이 모셔져 있다. 신라 성덕왕 24년(725년)에 조성된 상원사의 동종은 현존 최고의 내력을 자랑하는데 지금은 누각에 안치돼 아름다운 비천상과 소리를 감상하기 어렵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1.4㎞의 길은 돌계단과 흙길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적멸보궁에는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석가모니의 정골사리가 모셔져 있다. 적멸보궁에 오르면 하얀 사위와 함께 하늘이 손에 잡힐듯 가깝다. 낮게 드리운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보면 오대산의 겨울을 한숨에 마시는 기분이 든다.

오대산의 겨울은 11월부터 시작돼 다음해 2월까지 이어진다. 기나긴 겨울만큼이나 오대산은 깊은 겨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초겨울의 한파와 함께 몰려오는 눈보라, 꽁꽁 얼어붙은 계곡의 두꺼운 얼음, 나뭇가지가 휘어지게 쌓인 눈이 어느 순간 후두둑 떨어지는 광경…. 이즈음 오대산을 찾는다면 겨울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오대산=김미경 기자>

◎맛있는 집/된장찌개 곁들인 산채백반/막국수·오징어불고기 등 별미

오대산을 가려면 진부를 거치게 된다. 진부의 산채전문 부일식당(0374­32­7232)은 서울에도 잘 알려진 곳. 주문을 하지 않아도 일하는 아주머니가 『우리집은 산채백반 한 가지예요』라며 음식을 내온다.

산채백반은 된장찌개에 10여 가지가 넘는 산나물이 반찬으로 나온다. 된장찌개는 간장을 빼지 않아 색깔이 새까만데 시골음식 특유의 담백함이 배어나온다. 가격은 6,000원. 강원도 특산품인 감자술은 3,000원. 더덕구이는 1만원.

진부의 공용버스터미널 근처에는 「강냉이」를 파는 「옥수수 튀김공장」이 있다. 한평 남짓한 공간에서 옥수수를 튀겨 판매하고 있다. 3,000원짜리 한 봉지를 사면 달고 고소한 강원도 찰옥수수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월정사 입구 유천마을의 유천막국수(0374­35­6423)도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만두와 곁들여 먹는 막국수는 또 다른 별미.

횡계 쪽으로 넘어가면 오징어불고기로 유명한 납작식당(0374­35­5477)이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황태를 말리느라 여념이 없는 횡계의 황태덕장도 찾아볼 만하다.<진부=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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