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후 기자가 제일 궁금하게 여겼던 점중의 하나는 새로운 정권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다. 이같은 관심은 한국인으로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지난 대선전 도쿄(동경)에서 전개됐던 일련의 수수께끼같은 「사건」을 접한 기자로서는 더욱 호기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지난 12일 하오 자칭 재미사업가인 윤홍준(30)씨는 도쿄 데이코구(제국)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요청했다. 윤씨는 회견에서 『사업차 북한을 왕래하던중 김대중씨가 북한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으며 그 주변의 모인사가 명백한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13일 역시 같은 호텔에서는 또다른 폭로회견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재미목사 김영훈(57)씨와 친북인사인 최정렬(86·여)씨가 나와 전날과 비슷한 내용을 폭로했다. 김씨는 북한의 부주석인 김병식이 김대중씨앞으로 보냈다는 「격려」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대통령선거를 며칠 앞두고 그것도 도쿄에서 느닷없이 돌출한 특정후보에 대한 폭로회견은 매우 민감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기자들은 진실을 밝힌다는 차원에서 그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의 주장을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내용은 물론 폭로 의도와 동기 등 모든 면에서도 의문투성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일련의 해프닝이 어떤 거대한 배후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월북한 오익제(오익제)씨가 다음날 대남방송을 통해 김대중씨와의 친분설을 주장했다는 말을 듣고 이번 일들이 북한과 직접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북한은 여러가지 이유로 김대중씨를 대화 파트너로 삼기를 꺼려해 이번에 적극적으로 「방해공작」을 펼쳤다는 가설이다.
대선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되는것을 이같은 가설의 진위를 확인하고 싶기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정부는 공식적인 논평을 유보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것이 혹시 자신들의 의도대로 되지않은 실망감 때문이라면 북한당국에 한마디 해주고 싶다. 지금 남북한은 상대를 가려가며 대화할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는 물론 가설을 전제로 한 것이다.<도쿄>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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