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1,500원 유지하면 가격경쟁력 충분/임금동결·땅값하락 맞물려 7%증가 전망/고금리·높은 부품 해외의존도 등이 걸림돌환율 폭등으로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깨질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전선에는 청색신호가 들어오고있다. 특히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의 대폭적인 하락은 수출 가격경쟁력 회복의 직접적인 신호탄이 되고있다. 『환율이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수출업체가 나올 정도다.
더욱이 임금이 동결되고 부동산경기 침체로 지가가 하락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수출전선에 깔려있는 안개를 걷어낼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출업체들이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표시해왔던 「3고」즉, 고임금, 고지가, 고금리 중 적어도 2개는 극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 연구위원.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원화가 50%이상 하락한 것은 수출경쟁력회복의 직접적인 계기다. 난점이 있기는 하나 연말과 내년에는 수출에서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웬만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제조업 전체의 손익분기점 환율을 1,020원으로 추정했다. 중화학공업분야는 손익분기점이 높은 편으로 화학 1,336원, 전자 1,340원, 자동차 1,100원 등이다. 따라서 환율이 1,400∼1,500원대를 유지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최근 몇년간 영국을 비롯한 유럽지역에서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고 일본 상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도 회복돼 동남아지역에 대한 수출전망도 어둡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원. 『환율상승폭이 매우 크기 때문에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적어도 6.5∼7.7%까지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통상 수출이 호조를 보였던 것은 국제 경제환경의 조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70년대 중동건설 특수에 이어 80년대의「3저」현상, 그리고 93∼94년에는「신 3저」라는 국제적인 여건의 호조에 따라 침체했던 경제가 회복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계경기가 전반적인 둔화추세에 있고 엔화도 저평가 되어있는 등 외부조건은 좋지 않은 상태다. 반면 국내 조건이 수출에서 만큼은 유리하게 형성되어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불안으로 야기된 높은 금리가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압박해 경쟁력을 깎아먹을 가능성이 있고 달러화의 강세는 원자재나 부품의 수입가격을 높일 수 있다.
또 기술력은 있어도 가격경쟁력에서 밀렸던 품목은 환율폭등을 계기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지만 기술에서 뒤지는 품목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할 공산이 크다. 업종에 따라서도 큰 폭의 차이가 있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멀티미디어 업체인 D사 K사장.『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지않는다. 통상 제품 1단위에 투입되는 순수 외국부품이 70%선이다.따라서 30%정도의 경쟁력이 생기지만 이것 마저 외국 부품 수입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별게 없다. 원화가치 폭락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수출전망에 대해서는 낙관한다. 반면 환율급등→가격경쟁력 회복→수출 증가」라는 저개발국형 등식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에 대해 우리경제가 아직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라고 우려한다.<조재우 기자>조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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