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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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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학과를 들어가려면 수능성적이 3백80점을 넘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말이 쉬워 3백80점이지 1백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95점이라는 얘기가 된다. 시험기술이 가히 귀신의 경지에 이른 학생들이라고 할 만하다. ◆올해는 문제가 쉬워서 평균적으로 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지만,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그 수많은 교과목 전체에서 출제되는 시험에 이렇게 높은 점수를 올린다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그 천재적인 두뇌와 살인적인 노력의 비상함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법대에 이런 수재들이 해마다 다투어 몰리는 까닭은 뭘까. 과거의 과거문화와 관존민비의식의 잔재이기도 할 것이고, 천하의 영재가 모이는 명문의 일원이 되기를 열망하는 우리 사회의 광적인 엘리트집단 귀속의식에 연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우리 사회에서 제일 큰 기침하고 사는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는 판·검사나 고급공무원이 되는 지름길이 그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에만 합격하면 앞길은 훤히 열리게 된다는 것이 일반의 통념이다. 그러니 인문계 학생은 머리를 싸매고 법대로 몰린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것 만은 법대 들어가기와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신한국당 후보경선자들 중 서울대 법대를 나온 사람이 다섯 사람이나 됐지만, 목포상고 졸업이 공식 최종학력인 김대중씨에게 모조리 지고 말았다. 이번 대통령선거가 법대병을 고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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