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상사 거래선 잠식외환위기로 수출입시스템이 마비되면서 국내 진출한 일본 종합상사들이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수입선 다변화 조기해제를 앞두고 최근 대대적으로 국내 조직 강화에 나선 일본 종합상사들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종합상사의 거래선 상당부분까지 잠식, 입지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23일 한국무역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중견무역업체들의 상당수가 최근 수출입시스템의 붕괴에 따른 계약파기를 막기위해 일본 상사들에게 수출대행을 의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소 무역업체들을 중심으로 긴급 원자재수입을 위해 일본상사들에게 수입대행을 요청하거나 수입신용장 개설을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견상사 A사가 동남아 수출물량을 국내진출한 일본 B상사에 의뢰하는 등 신용장 개설의 길이 막혀 부도위기에 몰린 중소업체들이 일본상사에 구원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계약파기를 막고 수수료를 주더라도 대금이 회수될 수 있다면 무슨 짓을 못하겠느냐』고 밝혔다.
일본상사들에 대한 수출입의뢰가 늘고 있는 것은 수출업체들이 외환위기이후 수출바이어들과 결제조건을 둘러싼 마찰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고있기 때문이다. 무협의 한 관계자는 『한국상품을 수입하는 동남아 등 개도국 바이어 대부분이 외상거래방식인 기한부신용장(유전스 L/C)를 원하는 반면 국내 무역업체들은 최근 신용장네고(대금결제)의 길이 막힘에 따라 일람불신용장(현장결제)으로 전환을 요청하면서 마찰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 상사들은 자체자금을 동원, 이들 바이어들에게 유전스L/C를 개설해주고 국내업체에게는 일람불 신용장으로 결제해줌으로써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상사를 창구로 한 대외마케팅은 당장 수수료의 부담뿐 아니라 수출거래선이 고스란히 노출돼 장기적으로 수출입거래의 대일종속화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상사들의 입지는 수입선 다변화해제를 계기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국내에는 93년 미쓰이가 진출한이래 현재 이토추 미쓰비시 마루베니등 일본 9대 종합상사가 모두 진출해 있고 수출과 3국간 거래업무에 이어 올 3월부터는 수입부문까지 업무영역이 확대된 상태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내년 수입선 다변화해제를 앞두고 일본 종합상사들은 최근 국내 조직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면서 『내년이 되면 봇물처럼 밀고 들어올 일제 물결의 첨병으로, 국내 상사의 거래선도 상당부분 잠식해 일본상사의 입지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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