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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영 ‘셰익스피어도 바퀴벌레를 보고 웃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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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영 ‘셰익스피어도 바퀴벌레를 보고 웃었을거야’

입력
1997.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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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에서 엘리어트까지/시의 감동을 삶의 감동으로…/영미시인 작품 33편/우리곁의 생활로 풀어셰익스피어, 에즈라 파운드, 예이츠, 엘리어트 …. 이름이야 아는 영미 시인들이지만 과연 그들의 시를 읽고 이해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풍문으로만 들어 아는 그들의 시를 지금 우리의 생활 속에서 느껴 삶의 감동과 시의 감동을 함께 엮을 수는 없을까.

영문학자 문혜영(39·한국외대 강사)씨의 수필집 「셰익스피어도 바퀴벌레를 보고 웃었을 거야」(여백 발행)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 문씨는 자신의 삶의 따뜻하고 아픈 순간순간에 영미 시로 수를 놓았다. 남편의 귀가가 늦어질 때면 워즈워드의 「수선화」구절, 「골짜기와 언덕 위 하늘 높이/ 둥실 떠도는 구름처럼 홀로 헤매다가/ 홀연히 나는 보았네, 지천으로/ 피어난 황금빛 수선화」를 읊조린다. 세상 떠난 외할머니를 그리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는 「황혼녘 한 여인이 부드럽게 내게 노래 부른다/ 노래는 세월의 먼 추억길로 나를 이끌어가서, 난 본다/ 피아노 소리 웅웅 울리는 속에 한 아이가 피아노 밑에 앉아/ 노래하며 미소짓는 어머니의 작고 균형잡힌 발을/ 꼬옥 누르는 것을」이라는 D.H.로렌스의 「피아노」를 가만가만 되새긴다.

문씨는 이렇게 주부로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느낀 일상의 소회를 영미 시인 26명의 작품 33편을 통해 잔잔히 이야기한다. 그의 수필을 통해 그 시들은 강의실에서 바로 우리 곁의 생활로 내려온다. 작가 최인호씨의 말처럼 문씨의 손끝에는 나날의 일상에서 형형색색의 색실을 뽑아 자수를 놓는 마법의 바늘이 숨어 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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