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불 국민 우파집권당에 염증/블레어·조스팽의 ‘변화’ 선택올해 유럽에는 좌파 돌풍이 불었다.
먼저 영국에서 5월1일 실시된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한데 이어 6월1일 프랑스 총선에서는 사회당이 이겨 도버해협 양안에 나란히 좌파 깃발이 올랐다. 유럽을 선도하는 트로이카 추축국중 2개 국가가 좌파 정부로 바뀐 것이다.
5월 영국 총선은 전통적인 보수·노동 양당체제의 존속여부를 좌우하는 중대한 갈림길이었다. 79년 이래 4차례의 선거에서 내리 패배해 보수당에 18년간 장기집권을 허용한 노동당이 이번에도 패배했을 경우 영국은 보수당에 의한 1당 독재체제가 들어설 판이었다.
그러나 노동당은 젊은 토니 블레어(44) 당수가 불어넣은 혁신의 수혈 덕분에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구시대의 낡은 극좌이념과 정강정책을 포기하는 자기부정의 개혁으로 환골탈태한 「신 노동당」에 국민들은 지지표를 던져 「블레어 혁명」을 일으켰다. 보수당의 만년집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도 노동당을 선택하도록 자극했다.
블레어 총리는 취임후 모든 정책의 초점을 국가경쟁력 강화에 맞추며 보수당 정권을 뺨치는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 조세권을 가진 독립의회 창설등 헌정개혁도 선거공약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화폐통합 등 유럽통합 가속화에는 보수당정권과 비슷한 수준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융통성을 취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한편 5월25일과 6월1일 1, 2차에 걸쳐 실시된 프랑스 총선은 우파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보수혁명」을 보다 강력히 밀어붙이기 위해 던진 승부수였다. 시라크 대통령은 국가경제의 대외 경쟁력보다는 사회복지와 국민의 연대를 중시해온 사회주의식 국가 시스템을 경쟁력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뜯어 고치기 위해 사회복지삭감 정부감량등 전방위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하려 했다. 99년 유럽 화폐통합 가입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절실한 조치들이었다. 이같은 개혁에 국민신임을 보장받기 위해 1년을 앞당겨 조기총선을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들은 시라크의 개혁에 반대했다. 선거결과 우파연합(RPRUDF)은 절대적인 다수당의 자리를 리오넬 조스팽의 사회당에 넘겨주게 되어 헌정사상 3번째의 좌·우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가 들어섰다.
조스팽 총리는 취임후 실업문제 해결방안으로 2000년부터 주당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사회당 이념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공기업의 민영화 등 부분적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름만 노동당이지 정책면에서 우파 보수당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인 영국 노동당의 블레어 총리와 전통적인 사회주의 이념에 여전히 충실하려는 프랑스 사회당의 조스팽 총리 두사람 모두 국민들의 인기가 굉장하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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