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복귀냐·조순 중심 집단지도체제냐한나라당의 지도체제 정비를 둘러싼 물밑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한동 대표와 김윤환 고문, 김덕룡 의원은 지난 20일 여의도 한서빌딩의 김고문 개인사무실에서 연쇄 접촉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율했다. 이 자리에서는 두가지 원칙에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이회창 명예총재의 당무일선 복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는 조순 총재중심의 현행 지도체제에 집단지도체제적 요소가 대폭 가미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 이들은 「조순체제」의 골격은 유지하되 복수 부총재 또는 대표복수 최고위원제를 도입, 당권을 분점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조총재를 「조정자」로 내세워 상호 대립을 피하면서 자신들의 지분과 영향력을 당운영에 확실히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같은 방향설정은 이들 3인이 각기 당내에 일정한 세를 형성, 현실적 추진력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반면 조총재와 이명예총재 주변에선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조총재측은 『2년의 임기와 권한이 보장된 총재의 위상을 어떻게 마음대로 바꾸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조총재도 이에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조총재가 반대하는 한 원만한 지도체제 변경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세그룹은 『대선승리를 전제로 했던 조총재의 임기보장은 상황이 달라졌으므로 재론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밀어붙일 태세다.
이명예총재의 복귀가능성을 모색하는 흐름도 엄존하고 있다. 이기택 전 선대위의장, 최병렬 의원 등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실세들의 움직임에 대한 소수파의 반작용인 셈이다. 최의원은 21일 이명예총재와 만났고 이전의장도 금명간 회동할 계획이다. 이명예총재 본인도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을 뿐, 분명한 재기의지를 주변에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양측의 신경전은 22일 당직개편과 함께 체제정비가 가속화할 금주부터는 본격 힘겨루기로 비화할 전망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