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친동생 김대의(70)씨의 임종에 얽힌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애통함과 함께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지병인 간질환으로 대통령선거 하루전인 17일 하오 타계한 그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주위에 알리지 말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건강시비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형에게 누를 끼질수 있다』 는 이유에서. 때문에 그의 타계소식을 접한 언론들은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혼선을 빚었다. 부인 등 가족과 친지들이 17일 밤까지도 사망사실을 부인한 까닭이다.자신의 고령과 질환이 형의 건강에 대한 연상작용을 낳을 것을 우려한 고인의 깊은 뜻은 실로 애틋하기까지 하다. 일부에선 그를 임진왜란 당시 노량대첩에서 왜군의 조총을 맞은 이순신장군이 임종순간에 보여준 의연한 태도와 비교하기도 한다. 또 30년 가까이 오로지 형이 잘되는 것 하나만을 보기위해 고락을 함께 했던 그가 형의 대통령당선을 하루앞두고 타계했다는 사실에선 어떤 기구함마저 느껴진다.
고인에게 누가 될지 모르지만 정작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가 염려했던 대로 우리사회에선 정치인의 가족이나 주변이 결코 정치인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권력자, 특히 대통령의 경우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민정부의 깃발을 휘날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김영삼정부가 친인척과 가신들의 부패와 욕심으로 5년만에 완벽한 몰락의 길을 걷게된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대통령주변의 얘기가 나오면 아예 「경기」마저 들 정도이다.
오죽했으면 소설가 최인호씨가 중국 춘추전국시대 개자추에 얽힌 고사를 예로 들며 『이 순간에 (김대중 당선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핏줄과의 단절이다. 가신들과 가족들은 개자추처럼 스스로 산속에 들어가 숨어라』(한국일보 20일자)라고 까지 했겠는가. 그러나 숨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듯싶다. 권력에 빌붙으려는 파리떼들을 피해 완벽하게 숨을 곳이 어디 있겠는가.
역시 문제는 대통령과 그 주변의 처신이다. 이에 관한한 당사자들의 의지는 확고한 것같지만, 오늘의 영광보다 퇴임후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겸허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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