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통해 선도·투자은행 등 새 금융기관 탄생/공급과잉 자동차경영난 철강·조선도 가시권인수·합병(M&A)으로 인한 기업의 합종연횡은 산업 구조조정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정글의 법칙」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자발적으로 「군살빼기」에 들어가는 것도 쉬워진다. 업계에서는 M&A 활성화가 경영합리화와 산업구조조정에 엔진을 달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M&A가 활발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빅뱅」을 앞둔 금융산업. 국내외적으로 위기를 부른 「돈시장」의 허약체질 개선을 위해 정부도 구조조정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은 또 공장 설비 등 하드웨어 부담이 적기 때문에 M&A 시도가 쉽다는 이점도 있다.
종합금융 상호신용금고 투자신탁 리스 창업투자 등 은행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금융업체들은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아예 사라지거나 매우 전문화한 업무만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질구레한 은행 유사업무를 묶어 더 질좋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위개념의 금융기관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재경원의 금융 구조조정안도 금융기관끼리 합병해 대형 기관으로 통폐합하는 시나리오로 이루어져 있다. 은행과 은행·증권·종금사 등을 합병해 도매금융을 주업무로 하는 「선도은행(Leading Bank)」, 증권과 증권·종금사를 합병해 증권업과 대기업 금융서비스를 함께 하는「투자은행(Investment Bank)」 등 상위금융기관의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경원수석연구원은 『은행 증권 보험 등 3대 금융 업무를 모두 처리하는 초대형 은행(Universal Bank)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 외에 과잉공급이 지적돼 온 산업 분야에서도 M&A로 인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이미 올랐다. 최근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는 자동차업계 변동의 시작.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만한 기술력과 역량은 못 갖춘 채 과다경쟁으로 체력소모만 해 왔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회사의 합병으로 중복 투자를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지 않으면 시장개방 시대에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위기의식이 감돌고 있다.
최근 거대기업의 부도가 잇따른 철강 조선 등 경영난을 맞은 업종에서도 경쟁력 회복을 위한 M&A 논의가 가시화하고 있다. 한보철강 삼미특수강 기아특수강 등의 부도사태를 맞은 철강업계에서도 M&A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포항제철 인천제철 등 살아남은 업체들이 삼미특수강 등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부 공장은 이미 인수절차를 밟았다.
조선업계에서는 최근 몰락한 한라중공업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 한진 LG 등이 인수업체로 거론되고는 있으나 워낙 자산규모가 커 M&A가 쉽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IMF 지원금융과 기업의 대응」 보고서에서 제조업종 중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의 분야에서 M&A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업계의 경영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석유화학 업체들을 대상으로 다국적 화학기업이나 일본 화학업체들의 적대적 M&A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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