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자간의 오찬회동은 한시도 지도력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시정의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은 국제통화기금(IMF)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국정협력 등 6개항에 합의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불신받고 있는 리더십의 복원을 위해 두 김씨가 팔을 걷어붙였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실추된 권위를 당선자가 담보함으로써 국정수행에 추호의 차질도 빚지 않겠다는 원모심려다.임기말 기존의 권위가 도전받거나 위기상황을 맞을 때 당선자 중심으로 국정을 수행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당선자주변에서 「월권」 등을 이유로 현정부임기말까지는 다소 국외자적 입장을 취하자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당선자가 취임하기까지의 두달 남짓한 기간은 우리에게 사활이 걸려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첫단추를 잘 끼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새 대통령 정부의 앞날이 갈린다. 5년임기의 대통령이 아니라 임기가 5년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의 자세이기를 당부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대선이 끝나고 모든 것이 다시 선거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또 그래야 한다. 선거전 때문에 일시적으로 미뤘거나 덮어뒀던 일상의 문제를 다시 챙겨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처한 현재의 상황이 어떠한가. 기존의 정치리더십은 부재인지 오래다. 이에 따라 수반된 우리 사회 내부 조직의 기강해이현상은 심각한 지경이다. 복지부동의 단계를 넘어 복지안동의 상태라는 지적도 많다. 임기말 통치권누수현상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가뜩이나 밀어닥친 경제적 한파는 우리 사회의 권위구조에 일대 타격을 가하고 있다. 대안없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불신의 목소리가 이를 증명한다. 새로운 리더십의 가동이 절실한 실정이다.
우리는 이미 선거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를 선출했다. 따라서 한시도 이같은 리더십 공백현상을 방치할수는 없는 일이다. 손써야 할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닐 정도로 우리의 현실은 각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IMF체제로 얼어붙은 경제전반은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시간적 여유를 허락지 않는다. 구제금융이 유입되고 있다고는 해도 까닭없이 돈이 잘 돌지 않는다. 외환사정은 풀리지 않고 있다. 아무리 시장의 수급기능에 맡겨놨다고는 하나 한번 오를대로 오른 달러화는 내릴 줄을 모른다. 꽁꽁 얼어붙은 주가도 여전히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닥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예삿일이 아니다.
새로운 리더십이 지체없이 가동돼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과 당선자간의 회동은 이런 의미에서 필요에 따라 서는 언제고 열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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