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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은 없다” 입지 모색/김대중 시대­이회창의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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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은 없다” 입지 모색/김대중 시대­이회창의 행로

입력
1997.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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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역학구도 등 보아 때되면 ‘역할’ 찾을듯이회창 한나라당 명예총재는 19일 패배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서울 명륜동의 부친방문, 조순 총재 이한동 대표 등 지도부와 간담회, 선대위간부와의 오찬, 특보단 티타임, 기자회견 등.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 의미있는 말을 했다. 그는 『명예총재로서, 당원의 한 사람으로 맡겨진 소임을 다할 것』이라면서 『다수당으로서 6·25이후 최대국난인 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대통령 당선자와 현정부에 전폭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말은 앞으로도 당과 정국의 운영에서 무언가 「역할」을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날 밤 당락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당일각에는 이 명예총재의 정계은퇴설까지 나돌기도 했지만 그의 선택은 일단 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가 처해있는 현실은 냉엄하다. 그는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한 명예총재일 뿐이며, 그렇다고 자신을 떠받쳐줄 확실한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국구의원직은 이미 사퇴했다. 주도권을 행사할 만한 현실적 방편이 미흡한 셈이다.

결국 이 명예총재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면에 나서려 하기 보다는 제반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렸다가 입지를 모색하겠다는 구상을 가다듬은 듯 하다.

실제로 당체제의 정비와 결속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아직은 뚜렷한 구심점이 떠오르지 않고 있는 당내 역학구도는 그의 재부상을 유인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 측근은 『이 명예총재는 지금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명예총재가 『비록 패했지만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를 실천한 것은 우리 정치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를 위한 장기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그도 끝내 눈물을 흘렸다. 선거기간 동고동락한 특보단과 경호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였다.<유성식 기자>

◎일문일답/“깨끗한 정치위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

―시대적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떤 의미인지.

『우리당은 1,000만표의 지지를 얻은 다수당으로서 정국을 주도할 책무가 있다.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안정을 위해 협조할 것은 하고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겠다』

―의원직을 사퇴한 명예총재로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나.

『당원이면 어떤 위치든 전력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명예총재로서도 책임을 다하겠다』

―정치입문후 2년간의 소회는.

『깨끗한 정치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분패해 새시대를 여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는 것이 보람이다. 대선결과에 큰 좌절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3김청산을 주장하면서 김대중 당선자에게 협력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정경유착, 패권주의, 가신정치 등 낡은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김당선자도 깨끗한 정치를 약속한 만큼 그 약속이 실현되는 범위내에서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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