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남북대화·경협 풀리길 기대”/“외교력 뛰어나 북에 다소부담” 평도『잘됐구만, 김대중 이 다수의 지지를 받았고 이회창은 얼굴이 반쪽이 됐더구만. 그런데 이인제는 왜 그렇게 기를 못폈어』
북한이 15대 대선에 대비해 베이징(북경)에 파견한 북한 고위층 L(44)씨의 대선소감 일성이다.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을 묻자 그는 『(평양에)들어가봐야 알지. 안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있겠지. 김대중은 오랫동안 남북대화를 하자는 열정이 있는 인물이었으니 북남대화나 경협문제가 잘 풀리겠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다른 북한인사들은 소감과 향후 전망에 대해 쉽게 언급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대선기간에 만난 북측 인사들의 전망은 한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 내년 3, 4월엔 남북관계가 서서히 풀리거나 줄다리기없이 한꺼번에 확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노동당 고위간부 A씨는 『우리 조선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교류협력을 위한 북남정상회담 준비가 완전히 갖춰져 있으며 북남대화나 경협을 낙관한다』고 밝혔었다. 한편 일부 인사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위기와 보수세력과의 단합을 의식, 대북관계를 더욱 경색시킬지 모르겠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영웅대접을 받고 고위층과 가까운 재중동포 기업인 C(49)씨는 『정상회담은 한국대통령이 취임하면 성사되리라고 본다』고 말하고 『DJ의 당선이 북남관계 개선에 유리하다』고 확신했다.
한편 이번 대선기간에 북측이 전개한 오익제 전 천도교령 편지공개, 김병식 부주석의 안부편지를 빙자한 폭로 등은 김후보를 감싸거나 지지하지 않으면서 색깔론이나 한국측의 있을지도 모르는 조작사건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비한 「역공작」이었다고 북측에 가까운 한 관계자는 평가했다.
북한측은 이번 한국대선을 의식, 지난해말부터 대비하다 올 6월이후 베이징에 캠프를 설치하고 당·정·군 주요 요인들이 내왕하며 「××사업」이라는 치밀한 대남공작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2∼3개 라인을 동원, 대선후보 측근들과 접촉을 시도해왔다.
북측의 여러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김 당선자가 친미인사로 외교력이 뛰어나 김정일이 감당하기에 부담이 있는 대통령으로 여기면서도 경험과 남북교류협력 등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일본/“73년 납치사건 걸림돌 안되길”/진상조사통해 새 한일관계 모색
일본인들의 뇌리에 한국 정치인 「긴다이추(김대중)」의 이름이 각인된 가장 큰 계기는 73년 8월8일 도쿄(동경)에서 발생했던 납치사건이었다.
일본 정·관계와 언론은 그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이 사건의 재거론 및 일본에 대한 책임추궁 가능성에 우려섞인 관심을 나타냈다. 교도(공동)통신은 19일 『이제 김후보가 대통령의 꿈을 실현한 이상 정리해야 할 일이 적어도 한가지가 있다. 그것은 24년전 일본에서의 피랍사건을 공식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꺼림칙해 하는 이유는 75년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당시 외무장관을 한국에 보내 김씨의 인권문제나 일본에 대한 주권침해 문제는 덮어버린채 사건을 묻어두기로 정치적 타협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 자신은 선거기간에 일본 지지(시사)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에 대한 납치·살해미수 사건은 당시 박정희정권의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반인도적 테러』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주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 나를 구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해준 것이 사실』이지만 『진실을 밝힌다는 점에서는 불충분했다』고 밝혔다. 또 『어느 개인이나 양국 정부의 책임을 추궁할 생각은 없다』고 전제, 『그러나 진실은 밝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일본측은 한일관계 진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사건 진상을 조사·공개하는 안과 ▲한일 민간 차원의 공동조사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납치 사건 당시 김대중씨를 강연에 초대했던 자민당 아시아·아프리카문제연구회를 이끌던 고노 요헤이(하야양평) 전 외무장관은 최근 아사히(조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며 감회를 피력한 뒤 『미래지향의 새로운 일한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도쿄=김철훈 특파원>도쿄=김철훈>
◎교민/“제2의 경제도약·통일 이뤄야”/지역감정·정경유착 과감한 근절 시급
해외교포들은 한결같이 「지역감정 해소」 「정경유착 근절」 「도덕성 회복」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아달라고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에게 당부했다.
임용근 미 오리건주 상원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한국민은 새로운 역사적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하고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과거의 잔 가지들을 과감히 쳐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활성화를 부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김영만 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회장은 『국제통화기금(IMF)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게 급선무』라고 말하고 특히 시장원리하에서 경제가 운용되는 원칙이 확립되는 정부가 되기를 희망했다.
재일 교포들은 김 당선자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경제난국을 하루빨리 해소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재일한국민단(단장 신용상)은 19일 담화문에서 『한국경제의 자주성을 하루빨리 회복해 제2의 도약을 이룩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재일청년회 중앙회는 『통일대통령이 돼줄 것을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교민들은 김 당선자가 50년만에 정권교체를 실현한 여세를 경제분야로 점화시켜 이른 시일내에 무너진 경제를 재건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K상사의 노모 주재원은 『새 대통령은 측근들때문에 결국 국정파탄을 초래한 전임자의 전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북경)의 한국교민들도 대선 개표가 실시된 18일 밤 위성방송 인터넷 단파라디오등으로 개표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새 대통령은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특파원 종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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