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정문책론사이 고심 낙승 불허/영호남 지역주의 벽 이번에도 재연수도권이 승패를 갈랐다. 김대중 국민회의후보는 선거전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면서 최대 승부처로 지목됐던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이회창 한나라당후보를 누름으로써 대세를 결정지었다. 김종필 자민련명예총재와의 DJP연합도 큰 위력을 발휘했다. 종래 김후보의 취약지였던 대전·충청권 석권은 「모자라는 호남표」를 채워주었다. 반면 이회창후보는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함으로써 영남표 대동단결에 실패했다. 경제파탄 책임론의 벽도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각 후보의 15대 대선 득표율은 유권자의 고심을 지문찍듯 반영했다. 국가부도 사태에 절망한 표심은 안정론과 책임론 사이에서 방황을 거듭했고, 어느 후보에게도 낙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선거막판까지 15%대를 넘나들었던 부동층도 한쪽으로 표를 모아주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1인치」라 불렸던 부재자투표도 예상과 달리 특정후보에 쏠리지 않았다.
지역별 득표경향을 살펴 보면 표가 뚜렷이 갈리면서 지역선거가 어김없이 재연됐다. 사표론이란 이름표를 달고 나온 영남표 결집시도는 「반DJ벨트」를 다시 형성했다. 범여권표 결집현상은 사표론의 또다른 결과물이었다. 호남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듯 과거 어느때보다 공고한 연대를 과시했다. 지역주의의 벽이 여전히 높았다는 얘기다. 김후보가 광주와 전·남북을 싹쓸이하리란 것은 어차피 예견됐던 일이었지만, 이에 맞선 영남표의 결집현상도 만만치 않았다. 이회창 후보는 대구와 경북에서 67∼68%선의 득표를 했다. 이 지역에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반YS 정서 덕을 톡톡히 보기는 했으나, 반DJ 표결집의 결과였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반면 김후보는 호남지역에서 92∼98%수준의 「완전득표」를 했다.
중간집계 결과 김후보는 서울 인천 광주 대전 경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제주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회창 후보는 부산 대구 울산 강원 경북 경남에서 수위를 기록했다. 이인제 국민신당후보는 어느지역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선거 막바지에 필사적으로 전개한 「이인제 불가론―김대중 당선론」은 경남지역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인제 후보가 30% 가까운 득표율을 올리면서 표가 갈리긴 했으나, 김후보는 10%대의 표를 얻는데 그쳤다. 사표방지론이 이회창 후보로의 표쏠림현상을 견인해 내지는 못했지만, 이 역시 「지역저항」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게 사실이다.
각 후보진영의 짝짓기와 득표율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김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연대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김후보는 대전과 충·남북에서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역대 선거에서 김후보의 취약지였던 대전과 충청권이 이번 대선에선 김종필 자민련총재와의 연합에 힘입어 DJ표밭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회창 후보는 조순 한나라당총재와의 이―조 연대에 힘입어 강원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두아들 병역시비에도 불구하고 군 부대 밀집지인 강원지역에서 다른 두 후보를 크게 앞섰다. 강원지역이 지금까지 각종 선거에서 여권성향을 보여온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지역 출신 조총재의 조력이 결정적이었다는 이야기들이다.
이에비해 이인제 후보는 박찬종 선대위의장을 「러닝메이트」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지역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나마 자신의 최대지지 기반이랄 수 있는 부산에서 이회창 후보에 뒤졌음은 물론 경남에서도 큰표차로 패배했다.
이처럼 지역성을 바탕에 깔고 있는 표의 흐름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안정희구 심리를 자극, 한나라당의 막판 추격을 가능케 했다. 김후보의 IMF재협상 발언파문은 여권성향의 표를 결집시키는 촉매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김후보의 IMF재협상론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한 것도 한몫했다.
투표율이 높았음에도 이회창 후보가 네거티브 캠페인에 플러스 알파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20, 30대의 투표참여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표율이 낮으면 고정표가 많은 김후보가 유리하다」는 일반의 관측과 달리 높은 투표율속에 젊은층의 한표행사가 김후보 표보태기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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