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행 “나부터 살자” 수출업계 ‘발목’/BIS기준 맞추려 수출환어음 매입 기피은행들은 「일단 나부터 살고보자」며 수출 환어음의 매입을 기피하고 있다. 임창렬 경제부총리가 지난 12일 35개 일반은행의 행장들을 모아놓고 『수출만이 살길이며 기업대출을 해주지 않는 은행은 매일 자금상황을 보고 받겠다』며 협박에 가까운 협조요청을 했지만 은행창구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현재 만기가 30∼180일인 유전스(Usance)와 인수조건부 수출환어음(D/A)은 물론 열흘뒤면 외화가 자동입금되는 일람불 수출환어음(At sight)까지도 결제를 기피하고 있다. A은행의 경우 각 지점에 공문을 내려보내 10만달러이상의 수출환어음은 본점 국제금융부의 허락을 받고 결제를 하고 있다.
은행들의 제살깎기식 영업행태는 ▲당장 20일이후 만기도래하는 단기 외화차입금을 결제할 여력이 없는데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각 시중은행의 경우 20일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차입금은 은행마다 평균 5억달러에 달한다. B시중은행 국제부 관계자는 『사정이 좋을때야 상환연장을 받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모두 만기연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하기때문에 한푼의 외화라도 유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굳이 BIS기준을 맞추려고 하는 것도 제살깍기식 행태를 부채질하고 있다. 수출 환어음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100%이기때문에 어음을 매입할 수록 BIS비율이 떨어진다. B은행의 한 임원은 『정부가 연말까지 BIS기준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부가 언제 말을 바꿀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대부분의 은행이 내부적으로 BIS기준을 맞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업계/연말 최대호황기에 오히려 부도위기 몰려
연말까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로 돌아선 것과는 달리 수출현장의 난맥상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수출업체의 경우 대선직후인 20일부터 연말까지가 최대의 고비. 매출액증가와 신용도평가를 위해 연말에 집중되는 수출의 특성상 12월은 연중 수출이 가장 많은 달이다. 여기에 환율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으로 수출환경은 더욱 호전되고 있지만 신용장을 둘러싼 수출입시스템의 붕괴로 공장을 돌릴 자금이 완전히 막혀있는 상태다. 유전스(기한부신용장) 등 외상거래는 물론 일람불신용장도 네고를 거부당하면서 수출대금을 묶이고 수입신용장과 내국신용장개설이 불가능, 원자재조달의 길도 막혔다. 수출확대의 호기에 수출업체들은 부도위기에 몰리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소업체들의 경우 연말로 다가온 무역금융의 융자금상환에 경영자금은 물론 상여금 인건비지출 등 자금수요가 겹쳐 연쇄부도의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A사는 최근 중국과 6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고 선적했으나 은행이 네고를 거절하면서 부도위기에 몰렸다.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포항제철도 수출에 제동을 걸렸다. 내국신용장을 활용, 종합상사를 통해 철강재일부를 수출하는 포항제철은 내국신용장이 융통되지않아 22일부터 연말까지 20만톤의 철강제품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상사들도 일별, 건별 네고한도로 신용장의 일부만 소화하고 있지만 바이어가 떨어져나가는 상황에 속수무책이다. D상사는 최근 중국에서 60만달러, 이탈리아에서 300만달러의 기한부신용장 계약이 취소됐다. 은행의 네고 거부로 기한부를 일람불로 바꾸어달라고 요청하자 바이어들이 계약자체를 거부해버린 것이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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