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열씨/물리학 석사 출신 수석영예/부친좇아 한때 의대진학 꿈도/금융전문 국제변호사가 포부제39회 사법시험(2차)에서 1백점 만점에 64.07점을 얻어 수석의 영광을 안은 이시열(29)씨는 뜻밖에도 물리학 석사. 지난 75년 공대졸업생이 수석합격을 차지한 이후 이공계출신 수석합격자로는 이씨가 두번째이다.
의사인 아버지와 형을 좇아 한때 의대진학도 생각했다는 이씨는 대구 청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 대학원까지 마쳤다. 93년 석사학위를 받은 논문은 합금의 전자구조를 연구한 것. 그러나 너무 한정된 학문의 세계와 진로에 갑갑함을 느끼던 중 주변 선배로부터 권고를 받고 95년 서울대 법대 3학년에 편입했다.
이씨는 학교도서관에서 하루 10시간씩 공부를 하는 대신 일요일은 무조건 쉬는 등 스스로가 세운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2년9개월이라는 단기간에 목표를 이루어냈다. 『함께 그룹스터디를 해온 후배 5명도 모두 합격해 더 기쁘다』는 이씨는 『그러나 이번 결과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비법대출신들의 고시응시를 조장할 것같아 걱정』이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이씨는 사법연수원과정을 마치고 3∼4년간 법률회사에 취직, 실무를 익힌뒤 미국 등으로 유학해 금융전문 국제변호사로서 일할 계획이다. 『증권·금융분야의 전문 국제변호사가 돼 선진국의 통상압력에 대처하면서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데 한 몫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이학구(64)씨와 어머니 추경희(59)씨의 2남중 차남인 이씨는 『아들의 선택을 아무 말없이 믿어준 부모님과, 함께 공부하며 도움을 준 후배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오기형씨/시위전력탓 지난해 3차시험서 탈락/올해 하루차이로 족쇄풀려 합격기쁨
하루차이로 「시위전력 족쇄」가 풀려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오기형(31·본보 11월28일자 37면 보도)씨의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해 사법시험 3차 면접에서 시국사건 전력으로 탈락된 뒤 재도전해 합격의 영예를 안은데다 21일 결혼식도 올린다.
86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 법대학생회장으로 활동한 오씨는 서울대 활동가 조직사건에 연루돼 92년 12월 12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여서 지난해 3차시험에서 탈락했다가 올해는 3차시험 하루전인 지난 11일 족쇄가 풀려 합격할 수 있었다.
『광주 증심사에서 5백일 기도를 올린 어머님께 감사드린다』는 오씨는 『전력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날 때마다 격려해주신 송상현 서울대 법대학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교수님들과 아내가 될 김정숙(29)씨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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