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남았다. 상처와 불신으로 얼룩진 3명의 대통령후보를 보면서 우리의 희망은 깃접을 곳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한다. 병역시비의 기호 1번, 70대 고령의 기호 2번, 경선불복의 기호 3번 등. 붙박이표를 뺀 나머지 유권자들의 곤혹은 맘에 드는 후보는 없는데 그래도 그중 한명을 골라야 한다는데 있다. 다 좋아하는데 누굴 골라야 할지 모르는 고민이면 얼마나 멋질 것인가. 3일 남은 18일의 선택은 결코 기쁜 일은 아니다. 우리 앞날을 결정하는 선택이기에 물리칠 수 없을 뿐이다.다소 비극적인 면은 우리의 가슴속에 누가 선택되든 「과연 전임자와 다를까」라는 무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임자는 이미 임기중에 한국경제와 마찬가지로 저 바닥에 있다.
며칠앞 얘기로 당선자에게 미리 한두마디 해보자. 당선이 결정된 뒤 두 손을 치켜들고 득의만만하게 만세부르는 것은 삼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승리감에 취할 처지도 아니고 겨를도 없다. 오히려 추운 날씨지만 집밖의 마당에서 국민을 향해 겸손의 큰 절을 올렸으면 한다. 과잉 제스처라면 반절도 좋으리라. 두 손을 들어올리지 않는 자기억제는 좋은 출발점이다.
중환자 상태인 나라경제의 수술 순서는 「강한 데서 약한 데로, 위에서 아래로, 관에서 민으로, 내부에서 외부로」라는 원칙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엉뚱하게 약한 데만 들볶거나 자기 내부만 감싸거나 하지 말고.
강자부터 하자면 공룡 재경원은 당연히 해체되겠지. 아울러 민간부문의 또다른 공룡인 전경련도 해체돼야 한다. 전경련의 소멸은 국내외에 재벌정책의 대변화를 상징하는 구체적 사례로 인식되리라. 탄생취지와 달리 수출업체에 군림하는 숨은 공룡 무역협회도 사라져야 한다. 삼성자동차 포기 등 개별재벌 얘기는 다음 기회에 또하자.
내부부터 하자면 자기 선거 캠프부터 정돈하자. 선거캠프는 선거후엔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한다. 핵심인사중 절반까지도 바꿔야 한다. YS의 불행중 하나는 대통령이 된 후 봉건제후급 「정치적 보스」시절의 가신들에만 둘러싸였다는 점이다. 천하를 얻었으면 가신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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